우리 고등교육에 대한 사립대의 의존도는 대학 수로만 따져도 4분의 3이상이다. 그렇게 볼때 국공립대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자주 든다. 국공립대는 사립대와는 달리 설립주체가 국가이고 그래서 국공립대의 교수, 직원 등 구성원이 공무원이라는 특성밖에 없는 것인가.

지금 대학가에서는 지역별로 혹은 특성별로 대학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사립대들이다. 최근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정세, 급속하게 발전하는 ICT 환경 등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당장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따기 위해 하얗게 밤을 지새며 정부 입맛에 맞게 사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과연 대학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스스로 회의감에 빠져들다가도 이러다간 공멸한다는 위기감에 대책마련에 분주한 것이다. 우리 대학이 미래 경쟁력을 갖고 생존하기 위해 이런 소모적인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수도 없이 들린다.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을 어떻게 국가 인재로 양성할 것인지,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떻게 변화하고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대신 대학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비난 여론이 거세다. 사립대는 그렇다치더라도 국공립대학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난 6월 30일 국공립대 프레지던트 서밋이 개막식을 갖고 첫 콘퍼런스를 열었다.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참여총장단간 간담회로 약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서밋이 개막하기도 전에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책무성과 공공성을 갖춘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우리 국공립대의 미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들이 뒤따랐다. 개별 국공립대가 당장 해결해야하는 현안에 매달려 민원성 발언으로 이 자리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립대는  이미 미래 대응 방안을 논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레지던트 서밋은 이전의 진행방식과는 차이를 뒀다. 예닐곱차례의 콘퍼런스를 네번으로 줄이는 대신 각 콘퍼런스의 주제, 구성 등을 모두 참여총장단에 맡겼다. 국공립대 총장단이 스스로 필요한 논의 주제를 정해 효용성을 높여보자는 뜻이다. 그래서 이날 개막식에선 오덕성 충남대 총장이 앞으로 진행될 서밋의 주제들을 참여총장단에 제시하고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대주제는 ‘21세기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한 국립대의 역할’이다. ‘통일한국시대를 대비한 국립대의 역할’, ‘국립대학 주도 지역창조경제 활성화 전략’, ‘미래 사회 국립대의 위상 및 역할 강화’ 등이 앞으로 세차례 콘퍼런스를 통해 논의될 전망이다. 서밋에 참여한 각 국공립대 총장들이 이와 관련 주제발표와 토론자로 나서 열띤 논의를 벌이게 된다.

이렇게 논의의 바탕을 다지고 의지를 확고히 해 진지하게 노력을 이어간다면 국공립대가 미래 어떻게 한국의 고등교육체계에서 사립대와는 다른 공공성과 책무성을 갖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진정성을 국민도 알게 될 것이다. 국립대의 위상도 그때 되찾을 수 있을 터다. 그러기 위한 발걸음을 지금 막 뗀 셈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눈앞의 문제에만 매몰돼 멀리 보지 못하면 앞으로도 지금과 달라질 건 없다. 실제로 대학은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국공립대라고 다를까. 대체재가 역할을 하게 되면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 이번 서밋에 참여한 20여개의 국공립대 총장단은 이 기회를 미래를 대비하고 나아가 주도하는 변화와 혁신의 방향타로 활용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마지 않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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