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김봉렬 한예종 총장] “위상 높아진 만큼 사회와의 소통 넓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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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넘치지만 문화수요 없는 한국, 예술기반 교육으로 창의적 전문가 키워야

한류 이어가려면 순수예술 바탕 돼야…겨울연가부터 뽀로로까지 모두 한예종 졸업생 작품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외국 유학을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세계적인 예술인이 탄생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세계적인 예술인들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1992년 세워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설립 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예술인들을 배출하는 산실로 거듭났다. 하지만 멀리는 각박한 예술계 현실을 극복하는 일부터 가까이는 입시 부정이나 교수 채용 비리까지 부딪히는 문제가 남았다.

2013년 취임한 김봉렬 총장은 2014년 쇄신안을 발표하는 등 한예종의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김 총장은 내부를 다지는 동시에 외부에도 눈을 돌려 한예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한국예술의 발전을 선도하는 대학으로서 모범을 보이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

- 총장으로 취임한지 2년 반이 지났다. 국내외에서 한예종은 얼마나 알려졌다고 보나. 한예종을 소개할 때는 어떻게 하나.
“일단 소개할 때 나라마다 다르게 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전문가 그룹에서 잘 알려졌다. 학생들 성과가 좋다보니 인지도가 알아서 높아졌다. 중국은 예술대학이 모두 국립대다. 20년 전쯤 교육부 소속이 됐지만 그전에는 문화부 소속이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지금 한예종이 문화부 소속이라고 하면 신뢰하는 눈치다. 국내에서도 10년 전 쯤 처장을 할 때와 지금 한예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 취임 초기 교수 임용이나 입시 등에 있어서 문제들이 발생하며 어려웠던 점이 많았을텐데 2014년 쇄신안으로 발표했던 것들은 모두 완료가 된 상태인가.
“초기 여러 사건들이 한꺼번에 터졌지만 그 고비를 잘 넘겼다. 당시 만든 쇄신위원회는 지금도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결국 입시와 교수 채용문제인데 개인 일탈은 어쩔 수 없더라도 시스템에서 문제가 생기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입시도 다른 산하대학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하다보니 맘대로 뽑는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교수회의 때마다 쇄신위원이 발언하도록 돼 있을 정도인데도 가끔 일이 터진다. 결국은 학교구성원들의 양심이다. 아무리 시스템 만들어도 안 지키려고 작정하면 어려운 법인데 그래도 많이 정착되는 것 같다.”

- 최근에는 한예종 졸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들도 국제무대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본다면.
“학교 자체가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출발했다. 외국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세계적 수준의 예술인을 양성하자는게 목표였다. 예술계의 태릉선수촌 느낌이랄까. 이건 달성됐다고 자평한다. 연간 100명 이상이 모두가 인정하는 국제무대에서 입상하고 있다. 교육적 성과는 나온 셈이다. 이젠 그 교육을 창작 쪽으로 전환할 시간이다. 일반 대학으로 보자면 연구에 해당하는 것이 창작이다. 이젠 작품을 만들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향유되어야 한다. 졸업식에서도 얘기했지만 높이 경쟁은 좀 끝났다. 이젠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이, 좀 더 생각하면 사회와의 소통인 넓이로 가야 한다고 본다. 전공이 건축과라 그런지 모르겠다.(웃음)”

- 한예종의 교육시스템은 어떤가.
“독자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1학점에 3시간씩 실기시간이 있는데 일반 대학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많다. 무용에서 몸을 푸는데 2시간이 걸린다는데 다른 대학에서는 몸 풀다 수업이 끝난다.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성이다. 밤 12시까지 연습하고 또 하고. 또한 연극이나 영화의 촬영, 조명, 의상, 편집, 음향 등등 보이지 않은 스태프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학교가 없다. 다른 곳에선 배우나 감독을 키우다보니 스태프들은 거의 한예종 출신이다. 그 점이 정말 뿌듯하다. 문화를 끌어올리는데 스타도 중요하지만 저변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 국제 교류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 들었다. 특히 중국과의 교류인 ‘향 중국 프로젝트’ 를 추진 중이라 들었다.
“우리나라 예술계의 가장 큰 문제가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예종 말고도 각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배출된다. 그런데 수요가 없으니 시장이 취약하다. 정말 국가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좋은 예술가를 만드는 것도 있지만 저변을 만들어야 한다. 예술을 소비하는 시민을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미테랑 정부 때 교육혁신의 핵심이 예술기반 교육이었다. 예술을 직접 체험하면서 직접 예술가로 크는 것이다. 각자가 창의적인 전문가가 되고 예술의 수요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강국으로 가는 첩경이다. 하지만 당장 시간이 걸리니 졸업생들이 갈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착안한 것이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솔직히 국제교류도 여태까지는 미국과 유럽 쪽이었다. 기량이 어느 정도 올라왔으니 일방적인 수요에서 투자로 입장을 전환할 때가 아닌가했던 것인데 의외로 중국 쪽 반응이 뜨거워 놀랄 정도였다.”

- 몇 년 동안 한류 열풍이 계속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예종도 한류에 이바지하는 바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떤 것을 들 수 있나.
“한류는 일종의 문화다. 예술에도 코어가 있고 문화가 감싼다. 과학기술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순수과학의 투자가 부족해서라고 하지 않나. 문화도 그 핵심에는 예술적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 K-팝을 주로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K-클래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 지금 한류는 대중문화 일색이다. 물론 잘하지만 거기에 순수예술이 더 들어가면 좋을 것이다. 사례는 많다. '겨울연가'가 한류의 시작인데 극본 스토리를 한예종 졸업생이 썼다. '뽀로로'도 그렇고 이번에 '타요' 영화판 감독도 한예종 졸업생이다. 기획사는 아니니 딱 맞춰서 내놓지는 않았지만 캐릭터 등 중요한 것들은 핵심이 됐다. 최근 연극원 학생들도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까지 진출하고 있다.”

- 다른 대학들에서 예술계열을 자꾸 줄이고 있는데.
“좀 답답한 점이다. 학과의 정원을 너무 정부 주도적으로 바꾸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의문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시대에 최후까지 남는 분야 중 하나가 예술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예술교육이 필요한데 걱정이 된다. 예술계열을 줄이면 결국 한예종으로 학생이 집중되니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좋을 수 있지만 역시 전체적인 역량을 생각하면 경쟁이 있어야 한다.”

- 현재 한예종은 석관동캠퍼스를 포함해 대학로와 서초동에도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통합캠퍼스 유치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 현 상황은 어떤가.
“개교 이래 숙원이 하드웨어 인프라 확보다. 서초동은 예술의전당 안에 있으니 비좁고 석관동은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안에 있다보니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 지자체에서 오라는 곳은 많은데 어느 곳이 가장 학교 발전에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전하게 된다면 그참에 캠퍼스 정책을 새롭게 가져가려고 함께 연구 중이다.”

- 한예종의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고전 창작이다. 예술가는 한 개인이지만 고전이 되면 역사로 남는다. 그동안 학생들의 목표가 스타였다면 이젠 스타에서 대가가 돼야 할 때다. 대가가 되면 예술계를 튼튼히 하고 그 다음에는 고전을 만들어야 한다. 고전이 되면 영원히 남고 전 세계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심하게 얘기하자면 한국 전체 예술계를 봤을 때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사람이 추사 김정희나 백남준 정도 아닌가. 우리도 기여할 때가 됐다. 한국적 가치를 내놓고 하나의 예술사로 남는 고전을 남겨야 한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술의 자생력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언제까지나 지원에 의존하면 힘들다. 그러려면 시장이 만들어지고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아직 시간이 걸리고 힘든 부분이지만 예술이 지원받는 보호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그 건강함을 위해 유일한 국립 예술대인 한예종이 앞에 서서 정책 등 예술계를 대변하고자 한다.”

<대담=이정환 편집국장 / 정리=이재익 기자 / 사진=한명섭 사진부장>

■ 김봉렬 총장은…
1958년 전남 순천 출생. 경기고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울산대에서 처음 강단에 섰고 1997년 한예종 교수로 부임했다. 한예종 부임 후 교학처장, 기획처장 등을 거쳐 2013년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9년 대한건축학회 남파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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