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현 / 을지대 홍보부장

# 불륜은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대중이 김민희가 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짐이 홍상수의 그것보다 더 커 보인다. '여배우'로서의 유명세와 그동안 김민희를 지지했던 대중의 실망감이 김민희 쪽에 더 초점이 모이게 하고 있다.<홍상수-김민희 연애설 보도 발췌>

# 이웃주민은 “나쁜 사람 같지 않았다. 길가다가 부딪혔는데 죄송하다며 물건을 주워줬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동창은 “학창시절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화내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대부도 토막살인사건 방송보도 발췌>

최근 위와 관련된 사건은 인상이 사건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간은 불행히도 이성과는 거리가 먼 동물이다. 살면서 그때그때 이성보다는 느낌이나 인상 등 직관에 의존하여 판단하고, 행동한다. 더 나아가 판단과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직관은 편향적이다. 개인의 기호나 취향 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관을 근거로 내린 판단들은 상당부분 주관적이거나 불평등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인상은 토막살인 용의자에게 연민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한 불륜은 똑같은 도덕적 책임이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상은 대중들로 하여금 사생활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여배우에게 더 날선 시선을 보내며,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새기도록 만든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많은 학자들은 인상과 이미지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그 대표적인 학자는 어빙 고프먼이다. 그는 사회를 무대에, 개인을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로 비유한다. 특정한 상황에 대해 개인은 그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자신의 목표달성에 가장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내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정체성은 주어진 무대에서 발생한 연기의 결과물이며, 그러한 정체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고프먼은 ‘인상관리(Impression Management)’라고 명명했다.

관리가 잘된(?) 인상은 믿음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자발적인 충동과도 같은 것이다. 벨기에 심리학자 알베르 미쇼트는 “인상은 인과 패턴에 대한 추론과 만나지 않는다. 즉 인상은 빠른 생각 시스템의 산물이다”고 간파했다. 사람들이 사건을 인식하고 판단할 때, 사건의 본질 즉, 이성보다는 인상의 위력이 더 빠르고, 더 크다는 것을 들여다본 것이다.

인상관리가 어디 개인에게만 국한되겠는가? 넓게는 국가와 좁게는 직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유한킴벌리’가 인상관리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 외 많은 기업들도 문화·장학사업 등을 통해 인상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비해 대학은 인상관리에 소극적이다. 입시성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듯, 학생성적으로 대학을 줄 세우는 그릇된 관행이 아직 팽배하기 때문이다.

학생수 감소에 따른 정원감축 등으로 대학은 생존위기에 직면했다. 더욱이 10~20년뒤 대학의 생존환경은 더욱 열악해 질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대학에서 ‘학생성적’만으로 살아남을 대학은 몇 곳이나 될까?

대학도 인상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다른 대학들과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인상은 아니다.
장기적 비전과 투자, 그리고 지속적인 홍보 전략을 통해 개성 있고, 특색 있는 자신만의 인상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관리된 인상’은 생존의 거친 파고를 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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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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