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교육경영지원본부장

3D업종에 비유하며 대학 총장의 역할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한 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때는 대부분 사람들이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모두 함께 웃어 넘겼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때와는 상이한 분위기다.

대학경영 위기의 현실화는 최근 대교협에서 정부 및 국회에 대한 건의문 형태로 도출되었다. 건전한 대학발전을 위한 정부의 재정투자 확대 요구는 오늘, 어제의 일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대학교육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우성은 단지 대학총장들의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엄살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도대학 만들기를 위해서 국회세미나, 대학평가, 대학특강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대학재정전문가를 자처하는 필자가 대학총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최근 대학경영에서 이슈는?’,‘대학특성화전략은?’, ‘대학비전 및 특성화전략에 따른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은 수립하고 있나?’ 이 세 가지 주요 질문을 던지면 최소 1시간의 면담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특히 마지막 질문인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수립·운영하며, 피드백을 하는 내부운영체제를 갖춘 대학의 총장은 이제까지 만나보지를 못했다.

2014년 결산까지 교비회계 운영이익이 급감했지만, 그래도 8년간 학생등록금 동결, 국가장학금 확대에 따른 대학의 대응투자 확대에도 잘 버티고 있다. 그래서 국가 및 사회 대다수 사람들은 대학재정 위기를 그저 물 건너 불구경 하듯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투자확대 요구가 현실감이 있고 사회적 공감을 얻기 위해 대학 총장들은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첫째, 5년 이상 중장기 대학재정운용계획을 실질적으로 수립·운영해야 한다. 정원 100% 확보가 어렵고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라 정원 감축도 해야 한다면 등록금수입은 과연 5년 후에 얼마가 될 것인가? 그나마 학생등록금수입 추계는 학생 수와 1인당 등록금을 곱하면 되는 구조로 정확하게 추계가 가능한 분야이다.

둘째, 이 시대에 맞는 대학특성화전략을 통해서 기업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산학협력을 충실하게 수행하여 대학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내부시스템(교육 및 연구프로그램, 학생지원시스템 등)을 대학교직원과 협력하여 구축한 우수사례를 보여줄 수 있는가?

셋째, 신뢰받는 대학을 만들기 위하여 대학구성원과 지역사회에 대학경영을 적극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가? 특히 국가 및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를 받는 과제는 각종 정부재정지원 확대의 전제조건이 된다. 특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대학은 충분히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상기 전제 조건 중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수립과제는 대학총장들이 우리사회에 대학재정 위기의 현실과 미래를 정부에 사실(통계 숫자) 그대로 보여주는 방안이며, 대학구성원들에게 동기를 제공함으로써 중장기 고등교육재정 투자계획 수립의 현실적인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총장들은 각자 개별대학의 2025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수립을 대학조직의 당면과제로 제시하시라. 그리고 당장 실행한다면 대학조직에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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