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지난 6일, 이준식 부총리가 야심차게 강조했던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방안 발표가 바로 몇 시간 앞두고 연기됐다.

대학의 건학이념과 특성 등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재정지원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골자의 이 방안은 일찌감치 보도시점을 정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이 함구돼 왔다.

사실 이 부총리가 지난 1월 취임 직후 강조했던 내용으로, 6개월 만에 결실을 맺는가 싶었다. 그러나 결국 예산당국과 협의가 좌절되면서 보도시점은 ‘부처간 합의시점’으로 미뤄지게 됐다.

실무진에서는 기재부가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으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학가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준식 부총리와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 현장을 누비며 의견을 수렴하고 큰 폭의 재정지원사업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가도 예산 협의만 거쳤다 하면 방향이 바뀌거나 축소된 사례를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처음 고안했던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이나 황우여 전 부총리가 그에 매칭해 추진했던 대학인문역량강화(CORE·코어) 사업 예산이 당초보다 각각 500억 원, 800억 원 이상 줄어든 점을 대학들은 기억하고 있다. 다행히 코어 사업은 국회 예산심의에서 일부 회복됐지만 말이다.

4일 발표한 사회맞춤형 학과 활성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전문대학을 중점으로 대규모 사업비를 걸어 추진되던 이 사업은 Post-LINC 사업과 연계하고 일반대학까지 포함한다는 발표가 나면서 다시 전문대학 관계자들의 고개를 떨구게 만들었다.

결국 이번 개편방안도 대학현장을 반만 반영한 반쪽짜리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예산당국에 대한 실망도 다른 한 축을 차지한다.

이번 개편방안 만큼은 대학현장을 그대로 파악해 적시에 적용하는 큰 한 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운영돼 ‘공유지의 비극’은 물론 대학의 획일화를 초래한 지원방식을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방안이다. 대학들에게는 현재 재정위기 벼랑 끝에서 매년 ‘평가만 하다 총장 임기가 끝나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한줄기 빛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대학 정책을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쳐서는 안 된다. 예산당국은 당장 눈앞의 예산규모나 성과만 따지다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 교육의 질을 소생시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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