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제 옹호 ·99% 민중 가축에 비유해 SNS서 질타 이어져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교육부 고위 간부가 기자와의 식사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이 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7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경향신문의 정책사회부장과 교육부 출입기자, 교육부 대변인, 홍보담당관이 동석한 자리에서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구의역에서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에 대해)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라고 발언했다.

나 국장은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를 인용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발언했고, 그 민중은 1%와 99% 중 99%라고 말했다. 자신의 위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정치니 뭐니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상·하원 등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체 기자들의 질책성 질문에도 "출발선상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라는 게 있는데"라고 발언해 평소 생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분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개인 소신인지 재차 묻자 나 국장은 “그런 애(구의역 사고 피해자)가 안 생기기 위해서라도 상하 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다. 상하 간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 사회가 나아지려면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냐고 얘기한 거다”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수차례 정식 해명 기회를 줬음에도 나 국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발언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나 국장이 다음날에야 대변인과 함께 이 매체 편집국을 방문해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간부의 비뚤어진 인식, 문제발언을 철회하거나 해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는 게 이 매체의 입장이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이번 발언은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이 국민들을 비하한 점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계층간 간극을 줄이는 사다리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신분제를 옹호한 발언으로 '망언'이라 불리며 SNS에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주말임에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이런 생각을 가진 공무원이 교육부 고위 간부라니 충격적이다', '다음 세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현실이 끔찍하다', '당장 해당 공무원을 파면 징계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정책기획관은 기획조정실장 직속 주무국장으로, 주요 교육정책은 물론 교육부 조직과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다. 나향욱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로 교육부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교육부 지방교육자치과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교육부는 9일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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