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문경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교육이 바다 건너로 눈을 돌려야 할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고등교육의 존립이 위태로운 지금, 교육의 영역을 평생교육으로 확대하고 교육시장의 초점을 국내에서 국외로 옮기는 시도가 필요하다. 한국형 콘텐츠가 세계시장에 통한다는 것을 널리 알린 한류, 그리고 발달된 ICT 인프라와 소셜네트워크의 대중화로 새로운 한류시장을 개척한 ‘신한류’의 등장은 그래서 고등교육에 큰 전환점이다. 이에 신한류의 지속가능성과 교육과의 접점을 점검하고 고등교육의 새로운 영토확장에 나설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미래교육은 SNS로 … 신한류의 교육적 활용법은?
② 신한류와 고등교육은 어떻게 손을 맞잡을 수 있나
③ 신한류와 고등교육 협력, 전문가들에게 묻다

▲ 오문경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교육영토확장은 이미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도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난해부터 케이무크를 운영하는 등 교육영토확장에 대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교육영토확장의 전략의 일환으로 한류콘텐츠와 무크의 결합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각 영역의 전문가들은 결합 가능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실행에 앞서 교수법 변화나 내부 구조의 혁신 등 많은 연구와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4개의 공통질문과 2개의 개별질문으로 진행됐다.

- 학령인구 감소 등 고등교육의 위기 상황에서 <교육영토 확장>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영토 확장의 전략으로 한류와 무크를 결합한 플랫폼을 제안하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매우 긍정적이다. 저작권 문제로 그간 한류 콘텐츠가 교육 콘텐츠로는 거의 제공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을 한국 유학으로 유인해 고등 교육 확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가, 그들이 한류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대로 직접 제공된다고 했을 경우 그 파급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한류 기반의 잠재적 학습자의 규모는 정확하게 산정되지 못하고 있지만,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를 통해 가늠해 보면 한국문화원 20개 지역의 한류 팬클럽은 182개이며, 회원 수는 33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할 수 있다. 한국에 유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 가장 적극적인 학습자 군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2016년 4월 현재 그 숫자가 10만 3509명임을 상기하면 팬클럽의 회원 수의 규모와 괴리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 영토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대상은 이처럼 한류를 향유하며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학습자로는 전환되지 않은 한류 기반 잠재적 학습자라 할 수 있다.

한류 팬클럽의 주요 회원이 주로 10대, 20대라는 점과 이들이 한류 콘텐츠를 접하는 주요 경로가 디지털 미디어라는 점은, 시공간을 초월한 무크(MOOC)라는 플랫폼을 통해 한류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실효성이 있는 학습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한류와 교육 콘텐츠의 결합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현재는 동기유발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에 대한 활용 가능성은?
“한류 콘텐츠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저작권이 허용된다면, 한국어 관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거의 모든 언어와 문화 교육 콘텐츠로서 한류 콘텐츠의 활용이 가능하다. 오히려 저작권으로 인한 제한된 사용이 한류를 현재의 동기유발 수준에 머무르게 했을 뿐인 것이다.

교육영토 확장이라는 목적으로 한류와 교육 콘텐츠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잠재적 학습자들을 실제 학습으로 유도하기 위한 핵심 요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핵심 요소란 우선 교수자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구조를 넘어 잠재 수요를 학습으로 유도하는 ‘문화 콘텐츠’로서 한국어 콘텐츠를 개발하는 ‘문화 중심의 새로운 접근법’의 개발, 디지털 환경에서 학습자의 참여와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 그리고 잠재적인 학습 수요자들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학습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는 환경이 그것이다.

현재는 저작권 문제로 한류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나 K-POP은 교육 콘텐츠로는 거의 사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는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 형태로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 교육 콘텐츠를 가르치는 교수자들의 교수법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선행 연구를 통해 무크의 많은 강좌에서는 유익한 피드백과 적절한 학습 활동의 지원이 포함돼야 함이 지적되고 있다. 한류와 결합된 교육 콘텐츠에서는 두 가지 면에서 기존 교수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 먼저, 개발되는 교육 콘텐츠는 한류 기반 잠재적 학습자를 실질적인 학습자로 유인하기 위한 콘텐츠로 기능하기 때문에 한류 기반 잠재적 학습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류 기반 잠재적 학습자들은 디지털 세대로서 온라인상에서 능동적으로 카페 활동에 참여하고, 한류 콘텐츠를 다양한 콘텐츠로 스스로 창출하고 재생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제공되는 한국어 콘텐츠 역시 이들이 디지털 세대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학습 활동을 동기화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학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마련하고 이를 고려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즉, 강좌를 시작하기 전에 국적별, 연령별 한류 팬들의 요구를 조사해 동질한 집단들로 방을 개설하는 것이 필요하며 교수자가 학생들과 늘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로 ‘한국어 콘텐츠’의 학습 목표 설정에도 유의해야 하는데, 기존 한국어 교육 콘텐츠와 달리 잠재적 학습자를 실질적인 학습으로 유도하는 학습 전 단계로서의 한국어 콘텐츠로 기능할 수 있는 학습 목표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에 관심이 있는 잠재 학습 수요자가 학습을 시작할 경우 단순히 높은 언어 능력을 요하는 과제 수행 해결보다 자신이 관심 있는 대중문화와 관련된 콘텐츠에 접하면서 학습하는 편이 강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 보는 관점이다. 따라서 한류를 활용한 한국어 콘텐츠도 한류 드라마나 K-POP에 나오는 실제 대사와 표현 등을 배울 수 있도록 제작해,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된 드라마나 K-POP에 더욱 친숙해져서 이것이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더 나아가 한국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단, 이 단계의 교육 콘텐츠는 본격적인 학습의 전 단계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현행 한국어 교육 과정과의 연계에도 염두를 둬야 할 것이다.”

- 외부적인 가능성 외에도 조직이나 플랫폼 구조, 유통·수익 구조 등 내부적인 구성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한류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의 개발과 제공을 위해서는 정책 추진 주체 간의 실질적인 협력과 교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양질의 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해 한류 콘텐츠로의 효율적인 접근과 활용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저작권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새로운 학습 수요 발굴과 문화 중심의 콘텐츠 개발, 잠재적 학습자에 대한 실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인력 정책, 문화 사업과의 연계와 산학 협력, 민관 파트너십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어정책과, 국립국어원, 세종학당재단과 문화 산업 정책을 집행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의 교류와 협력을 하기 위한 새로운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교육 영역의 확장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 한국 유학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다른 학문 영역으로 파급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류와 무크의 결합은 전 세계 잠재 수요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범위가 광범위하고 또한 잠재 수요자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분석되어 콘텐츠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국외의 잠재 수요에 대한 실태 조사, 연구 기능을 전담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 한류확산이 한국어 교육확대에 기여하는 측면은 인정되나, 이를 넘어선 다른 학문과의 접점도 있을 것으로 보는지.
“2015년 외국인 유학생 현황(대학알리미)을 살펴보면 학위과정 계열에서 인문사회계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자연과학계열, 공학계열, 예체능계열 등에도 진학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2015년 현재 인문사회계열에 1331명, 자연과학계열 25명, 공학계열 216명, 예체능계열 110명이 학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한류 확산은 우선 1차적으로 한국어 교육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학문 분야로 이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는 소프트 파워의 시대이다. 한류의 확산은 다른 나라에서는 갖지 못한 가장 강력한 소프트 파워로 작용해 적극적인 학습자로 발전시켜 다양한 학문 분야의 발전에도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 한국어 외에 시급히 국제화가 필요하고 한류확산에 기대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학문분야가 있을지. 있다면 그 이유는?
“한류로 인해 한국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한류 문화를 뒷받침하는 헤어, 메이크업, 패션 등의 분야에서 충분히 국제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유학생의 경우 한국의 간호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미용학과와 간호학과를 보유한 모 대학에서는 최근에 두 학과에 유학을 오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새롭게 어학 기관을 신설하는 등 유학생 유치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한류라는 한국 문화의 소프트 파워는 전통적인 학문 분야뿐 아니라 실용 학문에도 충분히 교육 영토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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