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건설적인 합의제 기관으로 전환할 필요 있어”

“교육부가 헌법에 명시된 대학의 자율성에 대해 고민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교욱부가 정권의 주장을 대변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행정부처로 인식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육자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차제에 아예 교육부를 건설적으로 재편해 합의제 기관인 국가교육위원회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정읍ㆍ국민의당)이 강조한 말이다. 20대 국회 첫 교문위원장으로 선출된 유성엽 위원장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에 빠진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일률적인 기준에 의해 진행되는 현재 교육부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폭력적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불량 상임위’로 악명이 높았던 교문위다. 법안통과가 지연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문제와 누리과정(영유아 보육비) 예산배정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파행도 잦았다. 어느 정부부처보다도 경직돼 있다는 교육부를 상대하느라 고충도 많았던 상임위다. 역시 문을 연 20대 국회 첫 전체회의에서도 역사교과서 문제로 파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유성엽 위원장은 불량 상임위의 오명을 씻고 대학을 발전시킬 묘수를 갖고 있을까. 지난 7일 국회 교문위원장실에서 유성엽 위원장을 만났다.

- 불량 상임위란 오명을 썼던 교문위 첫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부담이 컸을텐데.
“기대반 걱정반이다. 4일에 걸쳐 업무보고를 받았다. 교문위원간 상견례도 있었고 정부부처와 인사도 나눴다. 교육이라는 부분은 쟁점이 많아 여야관계가 원만치 못한 분야다. 지금 현재도 여전히 여야간 견해차가 뚜렷한 문제들이 있다. 역사교과서와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불량 상임위 오명을 씻고 생산적인 국회를 선도하는 상임위로 만들고 싶은데, 항상 걱정이 앞선다.”

- 교육부 대학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학발전에는 도움이 안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나.
“문제가 많다. 현재 입학하는 학생수를 보면 구조조정이든 구조개혁이든 정원조정이든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입학자원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교육부 정책이 헌법가치까지 훼손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헌법정신이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을 훼손시켜선 안된다. 일률적인 기준과 잣대로 구조조정을 하면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은 생존하고 지방은 고사하기 마련이다. 지방교육 공동화 현상이 불보듯 뻔하다. 교육은 공공재인데 이를 간과하고 효율성만을 잣대로 정책을 펼치면 지역균형발전에도 역행하게 된다. 기준이 보다 입체적이고 복합적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과 대화를 통해 기준을 만들고 지방을 안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기반을 두고 좋은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사립대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퇴로’ 마련도 주요 쟁점인데.
“논란이 큰 문제다. 현실적으로 구조조정 진행을 위해 퇴로 확보를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해도 그게 과하게 반영돼 육영사업이라는 교육기관 본연의 취지가 훼손돼선 안 된다. 대학의 설립취지는 무엇보다 교육이 아닌가. 돈벌이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 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교육부 무용론에 힘을 보태며 해체까지 주장해온 것으로 안다.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교육부는 현재 정부부처 중에서도 가장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다. 과거에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최근 교육 관련 상임위에서 일하면서 (그런 부분이) 더욱 강하게 와닿는다. 교육부가 반드시 헌법정신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헌법을 보라.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 공공성, 중립성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위법률이 아니라 헌법에서 규정한 것이다. 대학 자율성도 헌법에 나와 있다. 근데 교육부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장을 지나치게 대변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교육자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교육감도 직선제로 하는 시대 아닌가. 교육부도 대학에 대해 갖고 있는 기능을 대학에 이관시키고 자율에 맡겨야한다. 그렇게 하면 큰 틀의 결정권한들이 남을 텐데, 이를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협의체 기관, 이를테면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만들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본다. 교육부를 완전히 문 닫게 하자는 게 아니고, 건설적으로 해체해 합의제 기관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 대학들도 환영할 제안이라고 본다. 시쳇말로 교육부 때문에 못살겠다는 대학도 많다.
“최근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교육부의 모습을 보라. 팔을 비틀 듯이 국립대 총장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시켰다. 근데 간선제로 선출한 총장마저도 해를 넘길 동안 임명을 안 한다. 심지어 부적격 통보조차 안하지 않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적격하면 즉시 검토해 부적격 여부를 통보해야지, 대학을 직무대리 체제로 불안정하게 1년 6개월 이상 끌고 가게 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처신이다. 있을 수 없다.”

-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상임위에서 이례적으로 기관장에게 발언기회를 주기도 했는데.
“일방통행식 회의가 이뤄지는 게 좋지 않다. 서로 대화하고 토론을 해야 한다. 국회의 공식 상임위 회의 말고 간담회 등 대화의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필요하기도 하다. 어쨌든 합의점이나 절충점을 모색해보는 그런 방식의 진행이 바람직하다. 서로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 입장을 개진해 보다 진보된 합일점을 찾는 방법, 그런 회의운영에 고민하고 있다.”

-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각각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가.
“기대하고 있다. 교문위가 지금 의원만 29명이다. 주질의 시간이 7분인데 의원 입장에서는 질문만 하다가 끝난다.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어렵다. 29명이 7분씩만 해도 세시간이 넘지 않나. 거기에 보충질의 5분, 추가질의 1분씩인데…. 토론이 불가능하다. 법안소위를 따로 둬 원할한 법안심사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현안별로 특별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사학비리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에 대한 쟁점별 한시적 특별소위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다. 우선 상지대 문제와 역사교과서, 누리과정 등에 대해 특별소위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토론과 대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 교문위원장으로서 꼭 해결을 기대하는 사안이 있나.
“사교육이다. 사교육이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사교육 자체로도 문제지만 사교육부담으로 인해 노후준비도 못하고 있다. 국민경제 측면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일단 입구에 해당하는 공교육 정상화에 중점을 두고 있고, 출구에 해당하는 대학입시에도 해법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학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이른바 명문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과열이 심각하다. 사교육의 원인에 해당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교육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범정부적인 문제, 범국가적인 문제다. 입시제도 변화만으로는 사교육문제 해결이 안된다. 도리어 입시제도를 바꿀 때마다 스펙쌓기를 위해 사교육이 활성화되지 않나.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통크게 지역별 거점 국립대를 무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국립대는 고등교육 투자를 늘리면 된다. 기숙사비도 월 10만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낮추고, 등록금도 무상에 가깝게 하면 많은 학생이 서울의 명문대만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고등교육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나. 큰 범위에서 학벌타파도 가능하다. 진지하게 논의해보고 싶다.”

■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전북 정읍 출생. 18·19·20대 국회의원. 1983년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전북도 송무계장과 세입수입계장 등을 거쳐 2002년과 2004~2006년 정읍시장을 역임했다. 2008년 전북 정읍에서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농림수산식품위원회와 미래전략및과학기술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거쳤고, 2012년 재선에 성공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를 거쳐 지난 5월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해 교문위원장에 선출됐다. 대한민국소비자대상 소비자입법부문 대상,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100인 대상, 대한민국 행복나눔봉사대상 의정발전대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전봉준장군이 100년만에 깨어난다면’ 등이 있다.

<대담= 박성태 발행인 사진= 한명섭 사진부장 정리= 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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