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 13일 대학구조개혁 토론회

정부주도 구조개혁, 지역·규모 따른 양극화 부추겨
“부실대, 인근 국립대로 인수·합병하거나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

▲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가 13일 오후 광화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대학구조개혁, 대안을 말하다-대학구성원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사립대학 이사회나 법인의 능력을 평가할 근거를 담은 ‘사립대학법’을 만들어 대학 자치를 확립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동의대 교수)는 13일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가 광화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개최한 ‘대학구조개혁, 대안을 말하다-대학구성원과 함께’ 토론회에 참가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대학만을 평가할 게 아니라 사립대학 재단법인의 재정운영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며 “재정능력 등의 정량평가 뿐 아니라 법인의 책임성과 재정운영 개혁성 등의 정성평가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평가에서는 법인전입금 비율 및 법정부담금 부담률 등의 법인지표가 제외돼 있는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구조개혁안이 지역과 규모에 따른 대학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부정․부실대학에 오히려 특혜를 주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수연 대교연 연구원은 “교육부는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선제적 대학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보면 지방대학은 2017년까지 2013년 입학정원의 10.1%를 감축하는 반면, 서울지역 대학은 이의 3분의 1 수준인 3.8%만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연구원에 따르면 총 감축 인원의 72.3%를 지방대학에서 감축해 수도권대학 비중은 2013년 37.5%에서 2017년 38.5%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충북보건과학대학 교수)도 “수도권 대학은 2008년 대비 2013년 0.9%증가한 데 반해 비수도권은 0.4%늘었다”며 “수도권 대규모 대학의 경우 2005년 대비 2013년 정원외 입학생 수를 3배 이상 늘리는 등의 대학들의 꼼수도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대학 규모도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 나왔다. 이 연구원은 “대규모 대학에 크게 유리하게 나타나 입학정원 3000명 이상 대규모 대학은 70.6%가 A․B등급을 받은 반면, 입학정원 1000명 미만 소규모 대학은 65.2%가 평균 이상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C~E등급을 받았다”며 “정작 법안은 고등교육 생태계 보호와 지역균형발전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학구조개혁법에 포함된 '잔여재산귀속 특례'가 도마 위에 올랐다.

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된 대학구조개혁법은 교육부와 여당이 20대 국회에서 재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다. 특히 대학구조개혁법에 포함된 '잔여재산귀속 특례' 조항은 법인이나 대학이 해산할 때 설립자 등에게 잔여재산의 일부를 돌려줄 수 있도록 해 '먹튀 조항'으로 불리는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박순준 이사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교육부가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를 적발하더라도 임시이사 선임으로 사학운영진을 교체하기 어렵다”며 “대학이 부정 운영으로 문 닫을 지경에 이르더라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간판’만 바꿔달면 잔여재산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법안에 따르면 설립자 등 재산출연자는 영리회사 출자와 다를 바 없이 ‘낸 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도 있다. 대학구조개혁 법안이 사실상 사립대학 설립·운영자들의 재산을 보존하는 ‘먹튀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정책위원장)는 “김선동 의원의 법률안은 사립학교법인에 과도한 특혜를 인정하는 반공익적 문제가 있다”며 “교육부에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의 전권을 부여하는 것부터 잘못됐다. 법률안 자체를 폐기해야한다”고 일갈했다.

구조조정 대상 대학은 인근 국립대로 인수·합병하거나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연구원은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을 OECD 평균 수준(GDP 대비 1.2%)으로 확대해 ‘민간재원’ 중심의 대학 재정구조를 ‘공공재원’ 중심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며 “구조조정 대상 대학은 수입의 약 85%를 정부지원금으로 운영하는 한국폴리텍대학 같은 형태의 대학으로 바꿔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학 교수도 “부실대학의 공영형(정부책임형)사립대학 전환에 의견을 같이한다”며 “정부가 대학을 대상으로 지금과 같은 평가방식이 아닌 정부재정지원확대와 지원방식 전환, 이를 통한 전문대학 무상화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가 ‘대학 구조개혁의 원칙과 방도 재정립’을 위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토대로 개최했다. ‘대학 구조개혁의 원칙과 방도 재정립’이라는 주제로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 발제했으며 토론에는 △홍성학 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 △임재홍 국교련 정책위원장 (이상 교수 패널)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 △김일곤 국공립대노조 정책실장 (이상 직원 패널) △최은혜 이화여대 학생회장 △조한서 충북대 학생(이상 학생 패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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