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취업지원관 “고용·처우 불안, 전문성 쌓기 어렵다”

대학가 산단 비정규직 3000명 넘었다 … 親산학협력의 그늘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구무서 기자] 교육부가 대학의 핵심 역량으로 강조해온 취업과 입시, 산학협력 분야에서 비정규직이 빠르게 늘면서 도리어 전문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전문가들은 양적인 팽창에만 관심을 기울여온 교육부의 정책적 실패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최근 10여년간 청년취업난 해소를 위해 대학에 적극적으로 취업장려정책을 펴왔다. 교육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등 15개 부처가 지난해 청년 일자리 정책에만 쏟아 부은 돈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2조104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취업전진기지 등으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들은 인건비가 모자라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등 전문성이 크게 훼손됐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취업지원관 A씨는 “5년째 매년 재계약하는 형태로 취업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전담관이라고 하지만 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취업지원전략을 수립하기에는 처우가 너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또 “내가 당장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데 학생들 취업은, 솔직히 신경쓰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들에게 취업지원 업무와 무관한 행정일을 맡기기도 했다. 호남지역 한 사립대는 취업지원관으로 채용된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의 업무지원이나 행정처리를 맡기고 학내 행사에 동원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일삼아왔다. 이 대학 취업지원관은 “학생 상담이 빼곡하게 쌓여 있어도 지시가 있으면 자리를 비워야 한다. 기업 담당자보다 대학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대학 취업지원센터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지원관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곳은 4년제 대학 101곳과 전문대학 80곳 중 각각 46.6%, 50%에 불과했다.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대학 취업지원센터는 취업지원 전담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담인력의 전문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인력 구성도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고 정규직은 주기적인 보직 순환이 일어나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인력 현황은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상담 등을 통해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입시도 마찬가지다. 취업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역량을 길러야 하는 입학사정관들의 처우가 여전히 비정규직에 머무르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 매년 입시 정책이 변경되는 상황에서 고용까지 불안해 소속된 대학의 입학정책을 숙지하는 것도 힘들고 고등학교와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대학가 입학사정관들이 공통된 고충이다.

이런 모습은 교육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사업은 대학의 입시정책을 변화시켜 공교육 정상화를 유도하겠다는 사업이다. 지난해 393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들 54개 선정 대학에 소속된 전임사정관 538명 가운데 정규직은 91명에 불과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유명 사립대는 전임사정관 18명 가운데 정규직은 5명에 그쳤고, 비정규직은 13명으로 두배를 넘었다. 이 가운데 무기계약직조차 전혀 없어 사실상 비정규직 일색의 입학사정관실을 꾸리고 있었다. 또 다른 서울 유명 사립대 역시 마찬가지다. 전임사정관 14명 가운데 정규직은 4명에 불과했고, 비정규직이 9명을 차지했다.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한 1명도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 입학사정관의 가파른 상승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3개년(2013~2015년) 추이를 보면, 전임사정관 중 정규직은 75명에서 91명으로 14명 증가한 사이 비정규직은 392명에서 447명으로 55명 늘었다.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김겸훈 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은 “입학사정관 업무 자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오랜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게 많다. 근데 실제 구조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신분안정이 늘 불안하다보니 입학사정관들은 남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2년 계약 뒤 떠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왜 입학사정관을 정규직으로 선발하지 않는 것일까. 김겸훈 회장은 돈이 문제라고 답했다. 김겸훈 회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제는 필요 없는 인력을 줄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한다. 그게 입학사정관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지속적으로 중요성을 강조해온 산학협력도 다르지 않다. 교육부 대학 산학협력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대학 산학협력단에 근무하는 직원 중 정규직은 1872명이었지만 비정규직은 2841명에 달했다. 가장 최근 조사(2014년)를 보면 산학협력단에 근무하는 정규직은 2014명으로 처음 2000명을 넘겼지만 비정규직은 1.5배 수준인 3054명이다. 1천 명 이상 많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끊임없이 대학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내실 있는 지원은 이끌어내지 못해 고스란히 부담이 대학에 가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산학협력단 교수는 “지역상생이다, 산학협력이다, 가족기업이다 하며 해야 할 업무는 폭증하는데 정작 일을 담당할 직원을 고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적을 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비정규직을 대거 고용해 각 업무에 무분별하게 배치해 ‘땜빵’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영남권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취업과 입시, 산학협력은 교수들이 담당하는 교육과 연구를 제외하면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대학이 자체적인 발전계획을 세우고 신규직원을 빈틈없이 훈련시키는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가 각종 평가에서 지표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면서 양적팽창에만 치우치고 있어 대학도 생존을 위해 비정규직이라도 고용해 힘겹게 뒤따라가고 있다. 관료주의적인 실적위주의 교육부 정책이 대학의 모든 핵심역량을 거덜낼 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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