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력 강화 관심도 없나 … 5년간 R&D 법안 98개 불과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전신은 문화관광위원회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를 소관부처로 둔 위원 정원 24명의 거대한 상임위로 편성됐다.

미방위는 대학에도 중요한 상임위다. 미방위가 소관부처로 둔 미래부는 한국연구재단을 산하에 두고 국가 R&D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다. 실제로 미래부는 올해만 6조5571억원에 달하는 R&D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국내 유관부처 중 가장 큰 예산액이며, 국가 전체 R&D예산 중 34.3%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번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기조로 삼아 각종 미래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언급하면서 미래부와 미래부를 담당하는 미방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갈 길은 멀다. 한국은 지난 2014년 5775백만달러에 달하는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기술약소국이며, 정부 R&D 투자에 따른 연구개발 생산성(기술료수입 대비 R&D 투자)은 하락추세다. 국내 대학과 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의 연구개발 생산성도 1.5%에 불과해, 미국의 3.9%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안타까운 것은 미방위의 활동이다. 매년 국가의 기술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미방위의 지난 3년간 연구활동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외면’에 가깝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5년여(2012년~2016년)간 미방위에 발의된 법안은 총 832개. 이 가운데 연구개발에 관련된 법안은 98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임위 논의 끝에 동법 개정안을 통합해 발의하는 ‘대안’발의 11건을 제외하면 87건으로 준다. 사실상 미방위원들은 국가의 R&D 정책이나 대학의 연구력 강화에 관심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수치다.

좀더 발의된 법안을 분석해보자. 대부분의 연구개발 관련 법안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에 쏠렸다. 과학기술기본법은 국내 연구개발 관련법 중 가장 상위법에 해당하는 법안이다. 이 법은 지난 5년간 미방위원들에 의해 33회 개정됐고, 개정안들을 통합해 발의된 위원장 대안이 4개에 달했다.

국내 과학기술의 가장 기본적인 법안인 만큼 자주 개정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안의 대부분이 정부가 추진하는 관련정책을 뒷받침하는 ‘손질’ 수준에 그치거나 과학기술인들의 비리를 억제하는 징벌 조항 신설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 같은 소극적인 법안개정은 미방위의 연구개발 관련법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단적인 예가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10차례나 개정된 이 법은 주로 연구윤리를 훼손한 연구자나 연구행위를 규제하고 징벌하는 조항으로 개정됐다. 10개 법안 중 6개 법안(노영민·강창일·전순옥·김상훈·강길부·홍익표 대표발의안) 개정안은 모두 연구활동에 대한 추적조사를 실시하거나 성과평가를 철저히 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1개 법안(강길부 대표발의)은 논문의 피인용지수에 대한 평가지표 개선을 담고 있었고, 3개 법안은 이들 법안을 모두 통합해 위원장이 발의한 대안이다.

정작 연구개발 관련법의 통일성을 구축하는 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과학기술기본법과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이 △국가사업 참여제한 사유 및 가중사유 △과태료 부과 △제재부가금 등에서 통일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를 반영한 개정안은 없었다.

서울 소재 사립대 한 이공계 교수는 “연구윤리를 지키도록 법안을 개정하는 데 반대는 없다. 그러나 미방위원들이 모두 언론보도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화제성 법안만을 발의하고 연구개발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미방위원들이 완전히 새로운 연구개발 관련 법안을 낸 게 거의 없다는 점이다. 미방위 개편 초기 일부 의원들이 지역과학기술원을 설립하는 법안을 낸 것이 거의 유일한 신설법안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법안은 하태경 의원이 2012년 제안한 한국방사선의학·과학기술원법안이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반면 미방위가 가장 집중한 것은 방송통신분야와 통신사업자분야다. 방송사 파업이 잦았던 만큼 국회 차원의 해결을 모색하는 결의안이 4차례 제안됐다가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통신관련 법안은 273개나 발의됐다. 이를 두고 일부 교수들은 돈 되는 통신사업에만 위원들이 관심을 보였다는 비판도 내놨다.

최근 교문위로 자리를 옮긴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 관계자는 “연구개발 관련 법안에 관심을 쏟고, 특히 산학협력에 대해 법안을 발의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교문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실효성 있게 산학협력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도 미방위의 영향력보다 교육부와 교문위의 영향력을 더 높게 친다. 한 연구중심대학 연구처장은 “아무래도 교육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교육부와 교문위의 영향이 더 크다. 한국연구재단의 예산을 봐도 교육부 예산이 절반을 차지한다. 사실 대학가에서는 미방위가 뭘하는지도 잘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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