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3개교 94개 진로직업체험 선보여…첫날 관람객만 2만 명

학생들 “진로체험으로 꿈과 끼 찾고, 관련 대학 입학 정보도 얻고”
한정된 지역·학과 아쉬워…부스 위치에 따라 방문객 수 차이나기도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승우, 전문대교협) 주최 ‘2016 대한민국 전문대학 엑스포’가 14일 막을 올렸다.

올해로 4회째인 이번 전문대학 엑스포는 ‘전문가를 만드는 힘, 전문대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1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C홀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는 수도권인 서울을 시작으로 오는 9월 호남은 광주, 영남은 부산 등에서 분산 개최되는 첫 해이기도 하다.

이날 엑스포에는 수도권 지역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총 53개교가 참여해 △공학기술계열 △관광레저계열 △뷰티계열 △의료보건계열 △식품계열 등 7개 계열, 94개 진로직업체험 콘텐츠를 선보였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첫날인 14일, 2만 명의 관람객이 엑스포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주요 정부·언론 관계자들 참석해 ‘응원’ = 이날 개막식에는 고등교육과 관련된 주요 정부기관장, 언론기관사장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영 차관을 비롯해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장,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이용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박성태 본지 발행인,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등이 참석해 전문대학 엑스포 개최를 축하했다.

이승우 회장(군장대학 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전문대학의 다양한 전공분야와 연계된 직업교육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세대들이 이번 전문대학 엑스포를 통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을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탐구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영 차관은 “지난 2013년에 시작된 전문대학 엑스포는 미래 꿈나무 세대인 초·중·고 학생 및 청소년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뜻 깊은 자리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개혁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출발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번 엑스포가 대한민국 교육이 지향하는 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고 자신들의 진로와 적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돼서 궁극적으로 국민 행복 증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교육부는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대학구조개혁 입법 추진과 예산 확보 등을 통해 전문대학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양옥 이사장도 이날 축사에서 “국가장학금 2유형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통합해 2유형의 기준을 만들지 말고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구분하고 특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문대학에 대한 2유형 장학금 비율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깜짝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박성태 본지 발행인은 “전국에 있는 400여 개 대학 가운데 전문대학은 137개로 한국 고등직업교육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본지는 고등교육전문지로서 전문대학이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중추적 교육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 동서울대학 부스에서 한 학생이 파스타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TV에서만 봤었는데…” = 엑스포장은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로 붐볐다. 방학을 앞둔 중·고등학생들이 ‘진로체험’을 목적으로 지도교사 인솔 하에 단체로 이곳을 방문한 것이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저마다 관심 있는 체험부스를 찾아다녔다.

신안산대학 ‘소믈리에&바텐더’ 체험부스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호텔외식산업과 재학생이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 그에 따라 학생들이 직접 칵테일을 제조해서 맛보기도 했다. 

김도현(부천여월중3) 군은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을) TV에서 자주 봤었는데 재밌어 보였다. 들어오자마자 처음 찾은 부스가 바텐더 체험부스”라면서 “직접 흔들어보고 하는 제조과정이 재밌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칵테일이 맛도 있어 더 좋았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아이싱쿠키’ 체험부스를 마련한 계원예술대학의 경우 200명 분의 재료를 준비했지만 금방 동이 났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렇게 학생들의 호응이 좋을지 몰랐다”면서 “앞으로 남은 이틀간은 더 많은 양의 재료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보건계열 부스도 인기가 많았다. 경복대학 간호과의 ‘간호사 체험’, 광주보건대학 응급구조과의 ‘심폐소생술 교육’ 등에는 학생들이 꾸준히 찾았다. 최혜숙 경복대학 교수(간호과)는 “임상현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해 학생들의 호응이 좋았다”면서 “특히 응급상황으로 설정된 인체모형에 직접 응급처치를 할 때 호흡과 맥박, 심방동 소리가 살아나는 시뮬레이터 체험을 굉장히 신기해 하더라”고 설명했다.

여학생에게는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링 △네일아트 등의 뷰티계열이, 남학생들은 △무인항공기 △4D영상 전문가 등 공학기술계열과 경북전문대학 부사관과의 ‘사격체험’ 등이 단연 인기를 끌었다.

■진로 결정·구체화하는 데 도움…입시홍보 효과도 = 이날 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전문대학 엑스포가 진로를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우빈(가정고2) 군은 “사실 아직 꿈이 없다. 여기에 와서 다양한 체험해봄으로써 진로를 찾아가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면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표했다.

간호학이나 의공학에 관심이 있다는 김두용(덕수고3) 군도 “지금까지는 추상적으로 꿈만 꿔왔는데 주사를 놓고 맥박을 짚어보는 등 실제로 체험을 해보니 꿈이 더 구체화되는 것 같다”면서 “간호학에 관심은 있지만 사실 주사가 무서워 나와는 잘 안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육주사, 정맥주사 체험을 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 다시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영남이공대학 부스를 찾은 김범수(대신중3) 군은 “가상현실체험을 해보니 4D 전문가도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경험이 앞으로 진로를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체험에 그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입시상담으로 이어진 것도 좋았다는 평이다. 실제로 많은 참여 전문대학에서는 체험 후 해당 학과나 대학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정보를 제공했다. 어떤 대학은 체험을 진행하는 재학생이 자연스럽게 대학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궁금한 점들을 질문 받기도 했다.

신안산대학에 재학 중인 강민지·신호용(호텔외식산업과1) 씨는 “바텐더 체험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우리대학 위치, 내신 등을 설명해줬다. 질문이 있으면 더 답변해주기도 했다”면서 “미리 예상 질문을 적어놓고 답을 달아가면서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 경복대학 학생들이 치과위생사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 아쉬움도 남았다. 참여 대학이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것과 겹치는 과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지현(47) 씨는 “전문대학의 경우 특성화된 과들이 많다. 지방에도 특화된 과들이 있는데 그런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전문대학 엑스포에서) 정보를 얻으려 왔는데 수도권 대학 위주로 있어 아쉬웠다”면서 “전국 단위의 대학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겹치는 과들도 많다보니 대학명만 다를 뿐 체험은 비슷비슷했다”면서 “그 대신 새로운 과들, 우리가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과들에서 체험을 많이 준비해왔다면 내용이 더 풍성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인무대를 기점으로 오른쪽 부스존과 왼쪽 부스존의 학생 참여도가 극명히 갈린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오른쪽 부스존에는 마감시간까지도 체험을 하기 위해 부스를 찾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왼쪽 부스존은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발길이 적어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는 방문자 수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오전에만 200~300명의 학생들이 찾은 오른쪽 부스존과 달리 왼쪽 부스존에는 이날 하루 종일 60~100명의 학생들이 방문한 것이다.

A 전문대학 관계자는 메인무대를 행사장 한 가운데 배치함으로써 꼬여버린 관람객 동선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출입구가 위치한 오른쪽 부스존 쪽으로 학생이 들어와 구경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메인무대의 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이쪽까지 안 오고 오른쪽 부스존만 돌다가 다시 주요 출입구로 나가는 식”이라면서 “이렇게 동선을 짜는 박람회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마감시간을 한 시간 앞둔 오후 4시, 철수를 결정한 B 전문대학 교수는 “학생들이 오지 않으니 이쯤에서 접고 다음날을 준비하려 한다”면서 “사실 직업체험박람회라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대학에 대해 홍보하기 위해 오는 것이다. 부스 배치 등 주최 측에서 좀 더 배려를 해줬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