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철학 및 정책 두고 거대담론 오가

▲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양재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이준식 부총리와 대학 총장들이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의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제공=대교협)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지난 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The-K 호텔에서 열린 이준식 교육부총리와 대학 총장간 대학발전 방향 토론에서는 고등교육 발전에 관한 철학과 비전 등 거대 담론 위주로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3일 이준식 부총리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총장들에게 제안해 성사된 이 토론회는 1부 특강과 2부 비공개 토론회로 이뤄졌으며, 오후 6시를 넘겨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학의 비전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어떤 대학으로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학의 발전은 사람의 변화가 해답이며, 총장의 중요한 역할은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혼자 해결이 어려운 문제는 정부와 대학이 공동의 리더십을 발휘해, 대학이 함께 풀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준식 부총리는 "문답교육・토론식 교육을 통한 '창의성 교육'을 도모할 때"라며 "자유학기제를 통해 토론식 수업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대학이 적극 이어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는 1부 특강 '미래사회 대비 미래대학의 변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대에 인간이 인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은 '마음'이라며 대학교육에서도 인성교육과 감성과 논리의 융합능력, 인성과 인품, 열정과 배려의 가치를 중시했다.

민 명예교수는 특히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을 계기로, 대학 스스로 고민해 설립이념・인재상・핵심역량을 세우고 교육과정과 연계하기 위한 연구를 해야 함, 두뇌순환(Brain Circulation) 등 글로벌 전략과 연계해 대학원 교육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고등교육 정책은 대입전형과 대학구조개혁, 대학재정지원방식에 대한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입전형과 관련해 대학들이 영・유아교육부터 초・중등 교육에 관심을 갖고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둔 대입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영・유아때부터 가치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이를 대입전형 방식이 큰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이 교과성적 뿐 아니라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해서 선발하고 창의적인 인재로 양성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준식 부총리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힘"이라며 "학생이 가진 것을 끄집어내는 노력을 대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구조개혁의 경우 정부 주도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총장들의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인준 인제대 총장은 "우리가 탄 배가 콜롬버스의 배인지 타이타닉호인지 모르는데, 설마 우리 대학은 아니겠지라는 인식을 깰 필요가 있다"면서 학생수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학의 자율적 노력에 완전히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는 대학의 운영철학이나 의지가 있는지, 존재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따라 부실대학을 가르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하며, 구조개혁평가 방안을 대학사회가 스스로 고민해 평가방안을 제시하면 교육부가 검토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학재정지원 방식의 경우 14일 교육부가 발표한 재정지원사업 상향식 개편안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대학의 성과를 이제 특정 정량지표가 아니라 정성적 관점에서 대학의 '변화와 성장'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태범석 한경대 총장은 "단순한 구조 하에 여유가 있어야 창의적인 전략이 나오는 것으로, 정부의 대학평가에서도 이 원칙이 필요하다"면서 수많은 특수목적사업을 줄이고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첫 토론회에 참석한 한 국립대 총장은 "거대담론 위주로 브레인스토밍이 진행됐다"면서 "무난한 발언 위주로 총장들이 발언했고, 이 부총리는 대부분 경청하는 태도로 임해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부총리-대학총장 릴레이 토론회는 향후 전문대학, 국립대, 사립대(규모별) 순으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이어질 대학 유형별 토론회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대학 현안들이 나올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준식 부총리와 이영 차관, 배성근 대학정책실장 등 주요 교육부 간부가 자리했다. 대학에서는 대교협 임원진 중 허향진 대교협 회장(제주대 총장)과 김도종 원광대 총장, 이남호 전북대 총장, 차인준 인제대 총장, 하윤수 부산교대 총장, 채훈관 영동대 총장, 윤여표 충북대 총장, 이면우 춘천교대 총장, 김기언 경기대 총장, 최성해 동양대 총장,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 유석성 서울신학대 총장, 김영식 금오공대 총장, 나의균 군산대 총장,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 이영무 한양대 총장, 태범석 한경대 총장, 전찬환 대교협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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