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이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제도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대의 설치 근거가 법률보다 낮은 단계인 ‘령’으로 규정돼 있고, 사립대 역시 초중등교육기관과 함께 사립학교법에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각 설립주체별 성격에 맞는 새로운 국·사립대학법을 제정해 고등교육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교수들의 설명이다.

반가운 제안이다. 대학 관련 법제도는 고등교육법을 정점으로 하고 있지만 법적 질서가 명확하게 짜인 것은 아니었다. 국립대는 대통령령인 국립학교 설치령에서 설립근거를 찾을 수 있고, 사립대는 사립학교법에 따른다.

문제는 두 법이 지나치게 낡았다는 것이다. 대학생 수만 약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현 시점에서 두 법은 단순히 국립대와 사립대의 설치 근거를 확보하는 수준으로 법적인 역할이 제한돼 있다.

먼저 국립대학 설치령을 보자. 이 설치령이 제정된 것은 한국전쟁 정전 직전인 1953년 4월이다. 전쟁으로 전 국토가 폐허가 돼 대학은 고사하고 교육기관들이 존립조차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교육진흥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2001년 한 차례 전면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반세기 전의 국립학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사립학교법도 마찬가지다. 사립학교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제정됐지만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면 개정된 2007년 이후 설치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등은 비리 당사자의 사학복귀를 부추기는 통로로 이용돼 온갖 사회문제를 야기한 주범으로 꼽힌다. 초중등 교육을 지방교육청으로 이관한 현재, 사립대를 위한 독립적인 법률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두 법이 사실상 설치근거 외에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교육부 대학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는 매년 새로운 대학 재정지원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 사업은 모두 법률로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부실대학을 퇴출시키는 정책을 펴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정이 어려운 대학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모순을 해소할 방법이 시급하다.

지금 체제로는 국제적인 고등교육 경쟁에서도 뒤처질 공산이 크다. 대학교수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유럽 대학들은 무제한적인 교육과 연구, 학문의 자유를 확보하고 있다. 대학운영의 자율성 확보도 단순히 재단의 자율성 수준이 아닌 구성원의 자유로 확대된 지 오래다. 모호한 법적 근거로 교육부의 정책에 휘둘리는 국내 대학과 무제한적인 자유를 확보한 해외 대학들의 경쟁력 격차는 국내 법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방증하는 좋은 사례다.

이 때문에 국·사립대학법 제정은 대학구조개혁법 논의보다 우선할 필요가 있다. 대학구조개혁법은 대학의 수를 줄인다는 구조조정에 천착한 탓에 정작 대학의 발전을 이끌어낼 전략이나 근거마련에는 실패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에서 여야 모두 대학구조개혁법이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도 있다.

국·사립대학법을 제정해 설립주체별 대학의 성격과 설치근거를 명확히 하고, 대학의 발전을 해당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토론으로 이끌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 역시 이 법에 명시할 수 있다. 조각난 대학 관련법 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 대학발전을 이끌 수 있는 지름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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