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 영남대 국제교류팀 담당

나는 대학교 직원이다. 올해로 대학교 녹을 먹은 지 벌써 10년이 됐다.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 대학 행정 한 복판에 있으면서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

바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다.

생각해보면 대학교 직원이란 참으로 기묘한 일자리다. 응당 노동자 신분으로 대학교 사무에 임해 먹고 살면서 직장안정성을 보장받기도 하고 호칭마저 감읍하게도 선생님이라니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살 법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세상에는 공짜 밥은 없는지 대학교 직원이라 해 왜 애환이 없을까 싶다. 어느 철학자가 그랬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만의 지옥이 있다.” 오늘날 대학교에도 많은 도전이 있다. 계량적인 서열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특유 문화 때문에 대학 평가 지표에 가슴을 졸여야 하고 대학교 행정도 점진적으로 고도화됨에 따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외면할 수 없다. 예전에 대학에서 행정을 담당했던 선배 직원들의 추억과 같이 공동체 의리와 정을 누릴 수도 없고 이제는 각자 맡은 바 업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애매한 신념과 철학을 버리면 내 한 몸 편히 지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이 몸담은 이곳은 청춘들이 자기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찾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교이기에 그 신념을 버릴 수 없다. 그러기에 마치 물건을 만드는 공장과도 같이 취급되기도 하는 오늘날의 대학교에서도 우리는 고민한다. 그런 고민은 또한 우리가 대학교 직원다울 수 있는 희미한 불빛이기도 하다.

대학교에서 고뇌하고 번민하는 청춘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세상을 이렇게 살라고 혹은 저렇게 살라고 훈수 두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나무를 심듯이 우리 청춘들이 배우고 훈련하는 터전을 고르고 언젠가는 그 청춘들이 튼실한 열매와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물과 거름을 퍼 나르는 것이 어쩌면 우리들의 소임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이제 심각하고 진지하게 살지 말고 그저 감각적으로 살라 하지만 그럴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 대학교 직원들의 숙명이다.

청운의 꿈을 품은 청춘들이 대학 문에 들어서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상과 시대가 부여하는 고통 속에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그리고 한계가 명확한 권한과 능력 범위 안에서 그들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줍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선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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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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