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7명 중 1명,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최저임금 안 줘도 '솜방망이 처벌'…"실효성 도마 위"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 인상된 시간당 647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저임금 관련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특히나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일 년 만에 무려 30만명 넘게 늘어 사상 최대인 26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최저임금제도 자체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이어갔으나 아무런 소득없이 계속해서 파행,  회의를 종료한 바 있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전원이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사퇴했다. 이들은 “원칙도 없이 들쑥날쑥한 기준과 잣대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생계비, 소득격차 해소분’과 같이 핵심적인 요소들이 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명확한 채널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 3당 의원들 또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안을 발의하고 연내 법 개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이루려면 (공익위원이 주도하는) 현 제도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최저임금위가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고 사회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동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최저임금위는 현재 3자가 추천하는 사회적 합의체지만, 현실은 18대 9의 불균형으로 공익위원이 사용자 위원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라며 “최저임금 인상률의 하한선을 명시하고 공익위원을 노사 대표가 추천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17일 최저임금 6470원은 충분치 않은 금액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더민주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더민주와 다수 국민의 바람을 외면한 것이고 양극화 해소와 포용적 성장의 길로 가야 한다는 세계적 흐름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고 독일은 이미 지난해 최저임금 1만600원을 도입한 뒤 내수증가와 고용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사업자의 부담 증가로 고용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는 별도 대책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합당한 이유가 아니다"라면서 "국민 염원을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 의장은 성명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특히 노동자들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보면서 우리가 큰 힘이 되지 못한 것을 자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최저임금법 제8조3항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에 2017년 최저임금안 재심의를 요청하고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10% 인상을 위한 최선과 최대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익위원 선출방식 변경 등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근본적인 변화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협상 파행의 고리를 끊고 저임금 근로자의 실질소득 개선, 임금격차 해소의 기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위와 같은 제도 개선에 앞서 최저임금을 위반해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63만 7000명으로 전체 근로자(1923만 2000명)의 13.7%에 달한다.

이는 기존 최고치였던 지난해 3월(232만 6000명)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222만 1000명으로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경기회복과 함께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 2012년 8월 169만 9000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청년실업 악화와 경기둔화 등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3년 3월 208만 6000명으로 200만명을 다시 넘어서더니, 2014년 3월 231만 5000명, 지난해 3월 232만 6000명으로 증가했다.

더구나 올해 3월에는 일년 새 무려 31만명이 늘어난 263만 7000명을 기록해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1년간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가 급증한 것은 청년실업 급증과 조선 구조조정 등으로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 여건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청년실업률은 매달 동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연령별로는 청년층, 학력별로는 대학생,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에 집중됐다.

25∼54세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5∼10% 수준에 불과했지만, 25세 미만은 무려 28.5%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였다. 고용시장의 약자인 55세 이상 노년층도 31.2%가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학력별로 보면 대학 재학 중이거나 휴학 중인 근로자의 39.2%가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이는 중졸 이하 근로자(38.2%)보다 더 높은 수치다.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들이 최저임금 미지급의 최대 피해자라는 뜻이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2.1%에 불과하지만, 비정규직은 무려 28.7%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 근로자(19.9%)의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남성(8.9%)보다 훨씬 높았다.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가 사상 최대로 치솟은 데는 정부의 미약한 단속 의지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제도가 분배구조 개선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의 급증은 정부가 근로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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