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사태 계기, 구성원 참여 보장한 법적 기구지만 구속력없어 불만 표출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이화여대 학생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폐지를 주장하며 일주일째 본관점거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현재 학내 구성원들이 주요 사안을 심의하되 의결할 수 없는 대학평의원회 거버넌스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안이 내부 교무회의, 이사회 등을 모두 통과한 사안이며, 지금까지 반대하지 않다가 막판 심의를 앞두고 학생들이 교직원 감금 등 심각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학생 평의원(총학생회장)이 표명한 반대의사는 반영됐지만 심의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대학평의원회는 △대학 발전계획 △학칙 제·개정 △대학헌장 제·개정 △대학교육과정 운영 △개방이사추천위원회 구성 등 학내 중요사안의 적합 부적합 여부를 검토하는 심의기구다.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또는 외부인사 등이 포함된다.

지난 점거농성이 시작된 시점 역시 28일 대학평의원회 회의로, 법인 이사회 승인이 난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위한 학칙개정안을 심의하기로 돼 있었다. 즉 학생들은 학칙개정 마지막 단계를 막으려 한 것이지만 이미 결정난 사안에 대한 심의를 막은 것이다.

사립대에서 구성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기구인 대학평의원회는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각 대학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이화여대를 비롯해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들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버텼다. 교육부가 지난 2013년 5월 당시 미설치 대학 7곳에 신규 이사 승인을 보류하는 페널티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듬해 주요 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도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한 뒤에야 전체 사립대에 평의원회가 설치됐다.

그러나 대학평의원회에서 모두 반대하더라도 의결권은 없기 때문에 구속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물론 이번 사태처럼 의견수렴 없이 학내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질 수는 있다. 오히려 개방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어 실질적인 이사회 정치에 활용되는 기구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화여대만 보더라도 지난 2013년 9월 교육부 제재가 강해지자 11명으로 대학평의원회를 꾸렸으나 평의원회 교수대표 4명 중 3명을 교무위원인 단과대학장으로 선임해 당시 교수협의회 반발을 샀다. 교협은 교수 의견을 반영할 여지를 줄였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는 ‘단과대학장도 평의원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학생 평의원을 두고도 잡음이 일었다. 이화여대 규정상 학생 평의원은 총학생회장으로 규정돼 있는데, 11월에 선출된 총학생회장의 임기가 1월에 시작된다는 이유로 12월 대학평의원회 회의 참석을 불허한 것이다.

이처럼 대학본부가 교수 및 학생들의 참여를 줄이려는 제스쳐를 보내는 동안 학생들이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러브콜’은 계속됐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해 10월 총학생회 구조조정 공적 체계에서 학생들과 논의, 정책예고제 도입, 성적장학금 폐지 철회 등 6대 요구안을 걸고 단식 농성을 벌였고, △이화여대 정문 파빌리온(휴게 및 기념품 판매 공간) 건설 △레지덴셜 칼리지(RC) 무산 △프라임 사업 추진시 탤런트 학과 신설 루머가 번지는 데 대해서도 반대 표명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교직원 감금’으로 비화된 점거농성과 인격모독 논란까지 일어난 현재 극단적 상황의 본질도 결국 대학본부와의 불통에 있다. 실제로 이번 농성을 벌이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언론대응팀은 “학내 의사결정에 학생들은 사실상 참여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통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 마침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경희 총장은 1일 이를 지적하며 학생들과의 정례적인 소통기회를 마련하겠느냐고 묻자 “그러면 좋겠지만 사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 회의를 거쳐 (징계) 수준을 정하겠다”고 답변해 다시 학생들의 반발을 사는 형국이다.

이제는 교수들까지 들고 일어나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교수를 비롯해 학생, 동문 등 모두가 수긍하기 어려운 중요한 결정이 보직자 및 소수의 관련자들을 제외하고는 의견수렴은 차치하고 그 내용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단기간에 급조돼 모든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친 상황을 학교당국은 겸허히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은 지금까지 이화여대 본부가 구성원들에게 귀 기울이려는 노력보다는 ‘독불장군’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문대학 등 단과대 차원에서도 실명 성명서를 발표했고, 교수협의회는 1일 전체교수 대상 반대 서명을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이번 사태가 결코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면서 “당장 대학평의원회에 의결권을 부여하기는 무리수라고 보지만 교육부에서도 최근 프라임 사업 평가시 구성원 의견 수렴 지표를 일부 넣은 것처럼, 대학운영시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사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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