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 기자

이대 사태가 잊혀진 한 법의 기억을 끌어올렸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전의원은 학생이 학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학교의 장이 학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경우에 사전 공지,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명시해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에서도 학생의 비중을 높여 교직원 위원과 동수가 되도록 규정했다.

그당시 대학 본부는 이 법을 두고 학생들의 의견을 무조건 반영하기 어렵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대학들이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학과개편·학칙 개정 등을 강행해 전국 대학에 수많은 갈등과 반목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에 지원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반대가 거셌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 간 신뢰가 깨지고 일부 학생들은 단식 투쟁까지 했다. 대학 운영에서 구성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얻는 이유다.

프라임 사업을 진행한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학생들이 무조건 반대만 하지 않는다”면서 “충분한 소통과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다면 학생들 설득할 수 있다고 믿게 됐다”고 했다.

대학 내 중요한 의사 결정은 총장, 일부 교수와 직원에게 전적으로 맡겨지곤 한다. 대학들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하면서도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는다.

이대 학생회는 대학평의원회에서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내부 교무회의, 이사회 등을 모두 통과한 이후에야 열린 대학평의원회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평의원회에 교수, 학생, 외부인사 등이 포함됐더라도 학생 몫 투표는 사표(死票)나 다름없다.

이대 사태로 남은 과제는 대학 내 기형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본부의 불통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적 접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최근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시 발의했다. 대학의 반발이 심했던 등심위 위원 구성 권한은 배제하고 학생들이 대학 학칙 제·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학 환경 변화에 한 단초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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