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사업 소통부재 급하게 추진 불통행정 비판…어떻게 풀지 함께 고민할때

전문대학·사이버대학가 “터질 것이 터진 것” 비판 목소리 높아

[한국대학신문 양지원·이재익·이한빛 기자] 8월 초 대학가의 가장 큰 이슈는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였다. 학생들과 대학본부 간의 갈등 속에서 소통 부재와 경찰 투입이라는 일이 겹치며 사태는 커져만 갔다. 결국 이번 사태는 이화여대가 교육부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로 평생교육과 평단 사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그동안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오래된 격언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는 평생교육에 대한 인식이나 시스템이 부족했다.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대학이라는 틀은 아직 고등학생이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기 전에 다니는 기관으로 인식된다. 평단사업은 그 틀을 깨기 위한 여러 방책 중 하나였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시작에서부터 문제가 존재했음이 드러났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평균 수명은 길어졌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져 평생교육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무크 등 온라인 수업을 통하거나 평생교육원 등 관련 교육시설 건립은 대학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평생교육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이미 그 틀을 유지하고 발전시켜가던 전문대학이나 사이버대와의 소통은 보이지 않았다. 4년제 대학에 평생교육 정규과정을 설치하는 것이 교육소비자들의 선택지를 하나 더 늘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전에 더 나은 방향들이 나올 수 있는지 관련 기관들과 소통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이대 사태, 문제의 핵심은 따로” = 전문대학가는 이번 이화여대 평생교육단과대 철회 사태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Ⅳ유형인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막상 현장에 있는 대학 관계자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는 재직자의 직무역량 강화와 중도퇴직자 등의 재취업 등 성인학습자 대상 후진학 지원 활성화에 주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선정되기 위해 30~50% 정원을 감축하는 등 전문대학들은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국고사업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다. Ⅳ유형은 타 유형과 성과평가 내용도 다르고 또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에서 따로 담당자를 배정해 운영할 정도로 전문대학에서는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수도권의 A전문대학 교수는 “교육부의 이율배반적인 평생교육단과대학 운영에 대해 실망감을 넘어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라며 “전문대학의 이상적인 교육방향이 특성화 Ⅳ유형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밀어주는 쪽은 일반대”라고 꼬집었다.

지방의 B전문대학 교수는 “전문대학 국고사업과 중첩되는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것까진 이해한다 해도 구체적인 교육부 방침과 규정도 없이 진행돼 이 사태까지 난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정책 입안 및 추진자들이 무작정 대학 선정부터 해 치고 나가 빚어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 모두 상생하는 방향도 제시됐다. 지방의 C전문대학 교수는 “소위 말하는 메이저급 대학들이 참여해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수요와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공이나 학과를 구성해 꾸려나가는 게 옳다”며 “교육 콘텐츠나 프로그램을 두고 일반대와 경쟁하는 점에선 전문대학이나 4년제 모두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 사이버대 “교육부 정책 방향이 문제” = 4년제 학위를 내고 있는 사이버대학가에서도 지난해 평단사업 기획단계부터 지속적인 문제 지적을 해왔지만 이를 배제하고 추진해온 결과가 이화여대의 평생교육단과대학 철회로 돌아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동안 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는 지속적인 건의서와 이슈리포트 제출을 통해 이의를 제기해왔다. 평생교육을 선도해왔던 사이버대학을 사업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고 배제한 점을 지적하고 △정원 외 학생모집 철회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비율 제한 △사업 지원 재검토 등을 요구해왔지만 변동사항은 없었다.

사이버대와 방송통신대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정책적 방향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임연욱 한양사이버대 교수(교육공학)는 “고등교육의 자율성은 대학으로서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일방적이고 획일화된 정책으로 몰아붙이고 구조조정이나 입시에서도 재정적 지원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다”며 “기존의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에도 교육부가 중구난방으로 중복된 정책만 펼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균 서울디지털대 교수(평생교육학)는 “교육부에서 이미 평생교육을 실시하는 사이버대의 정책을 보완해 발전시키지 않고 평생교육단과대학을 신설하는 임기응변식 정책을 내놓았다”며 “완성도 면에서 성과를 보이려면 문어발식의 정책 대신 기존의 방식을 활성화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여각 방송통신대 교수(교육학)는 “정부 차원에서 선취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는 것 대신 자신의 취미와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필요에 따라 전공과 대학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전문대와 사이버대의 반응에 대해 교육부는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 체제를 만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교육부 박대림 평생학습정책과장은 “평생교육단과대학은 4년제 대학의 수요자들을 위해 학사관리나 지원제도를 성인학습자 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수요에 맞춰 체제를 만드는 방향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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