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이사·수익사업 놓고 충돌 … 교육부·새누리당 개입 의혹까지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재단 이사회가 대학 경영권을 두고 암투를 벌이면서 덕성여대가 멍들고 있다. 덕성여대는 지난 2012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으로 구재단 중심의 정상화가 결정됐다. 이 결정으로 설립자 일가족인 박토마스상진 씨가 상임이사로 재단에 돌아왔고 설립자 일가족의 법적 자문을 도맡았던 김목민 전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덕성여대에서는 이 두 사람의 사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두 사람과 쟁점을 각각 짚어봤다.

■ 쟁점 1. 개방이사 선임과정의 반목= 이들이 최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제는 개방이사 선임이다. 덕성여대 학교법인 덕성학원의 이사 정족수는 7명. 사립학교법상 개방이사가 선임돼야 하지만 정상화 과정에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꾸릴 수 없어 개방이사 없이 7명의 이사가 선임됐다. 현재는 5명만 남아있다. 이사 7명 중 안모 전 이사와 염모 전 이사가 차기 개방이사 자리를 약속 받고 임기를 남겨둔 채 먼저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목민 이사장과 박토마스상진 상임이사의 대립은 이 ‘개방이사 자리 약속’에서 발단이 됐다.

김목민 이사장 측의 주장은 이렇다. 김목민 이사장은 “안·염 두 이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하기로 박토마스상진 상임이사와 합의했다. 이후 두 이사에게 이 뜻을 전달해 두 이사가 임기를 남겨놓고 사퇴한 것이다. 그러나 사퇴 이후 박토마스상진 이사는 돌연 약속을 파기하고 본인의 측근들을 개방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의 주장은 다르다. 박토마스상진 이사의 핵심 측근은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 측근인사는 “이사회의 뜻이 그러하니, 공정한 잣대로 심사를 하되, 둘이 이사직을 내놓고 개방이사 후보가 되는 것에 동의한 수준이다. 둘을 개방이사로 내정하는데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두 전 이사가 개방이사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정황은 이사회 회의록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6월 17일 법인사무국 회의실에서 열린 덕성학원 6차 회의록을 보면 박토마스상진 상임이사와 다른 이사들은 전원 안·염 전 이사의 사퇴가 “개방이사로 선임해주기 위함”이었다는데 동의했다. 개방이사 자리를 약속한 바가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 추천과정에서는 달랐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추천한 개방이사 후보는 모두 6명. 안·염 전 이사 외에도 4명이 더 있었다. 김목민 이사장은 안·염 전 이사를 제외한 4명은 모두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에서 추천한 측근인사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토마스상진 이사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김목민 이사장 측에서 안·염 전 이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부당하게 외압을 가했다고 반박했다.

진실은 뭘까. 일단 교육부는 개방이사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 7월 22일 교육부는 덕성학원 민원조사 결과를 통보해 김목민 이사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개방이사 임원취임신청을 반려했다. 여기까진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김목민 이사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과정은 앞서도 확인했듯이 교육부의 박토마스상진 이사 감싸기라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 쟁점 2. 수익사업체 운영= 개방이사 선임 갈등이 이사장직을 노린 싸움이라면 수익사업체 운영은 2012년 재단 정상화 과정에서 씨가 뿌려졌다.

재단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이권을 나눠 갖는 약속이 난무했던 것이다. 덕성여대 구재단의 대학복귀 시도는 길게는 1997년, 짧게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다른 사학에 비해서도 오랜 기간이 걸려 얽힌 관계자들이 많다. 또 설립자 가족 내에서도 반목이 발생했던 터라 이들을 둘러싼 외부인사들의 개입이 많았다.

이들은 박원국 전 이사장이나 박토마스상진 이사에게 대학복귀를 돕겠다며 접근해 이권을 약속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목민 이사장처럼 박원국 전 이사장과 함께 행동하다가 박토마스상진 이사로 전향한 인물도 상당수다. 이들은 2012년 박토마스상진 이사가 덕성학원으로 복귀한 뒤 각종 수익사업에 개입하거나 개입하기 위해 공작을 펼쳐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토마스상진 이사가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는 답십리동 건을 포함해 포항 호미곶 전기개발사업이나 호텔 신축사업, 현재 법인이 위치한 해영회관빌딩 운영권 등 각종 수익사업을 두고 이들의 ‘논공행상’이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김목민 이사장 측 인사와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 인사가 수익사업 등을 두고 충돌하면서 갈등은 이미 2014년부터 시작됐다. 오너인 박토마스상진 이사 측 인사들이 김목민 이사장 측 인사들을 제치고 우위에 서자 밀려난 김목민 이사장 측 인사들이 2014년에 먼저 박토마스상진 이사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싸움에 불이 붙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양측은 서로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인사발령을 내리거나 핵심인사를 전보시키는 등 표면적으로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재단 내부에서는 격렬하게 다퉜다.

■ 새누리당·교육부, 덕성여대에 개입 의혹= 김목민 이사장과 박토마스상진 이사가 재단 운영권을 두고 다투면서 새로운 의혹들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새누리당과 교육부의 덕성여대 개입여부다.

김목민 이사장과 박토마스상진 이사의 측근들에 따르면 김목민 이사장의 비리사실을 교육부에 직접 제보한 것은 박토마스상진 이사의 측근 인사다. 그리고 이 측근인사가 교육부에 해당 사실을 제보하는 같은 시점에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 언론들이 인용한 곳은 ‘사학비리척결청년연합’과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이다. 본지 취재결과 사학비리척결청년연합의 대표이자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한 정모 씨는 보도자료 작성 당시 새누리당 대학생위원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단체의 성격 등을 묻는 질문에 “단체 구성과 인원은 밝힐 수 없다”며 “외부단체인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 사학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청년들이 모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 포함된 덕성여대의 내부자료를 확인한 과정에 대해서도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제보자에게 직접 받아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제보자가 덕성여대 관계자라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새누리당 대학생위원회와 접점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대학생위원회와 사학비리척결청년연합으로 덕성여대 내부문건이 흘러간 정황은 뜻밖의 곳에서 밝혀졌다. 박토마스상진 이사의 한 측근 인사는 “직접 문건을 작성해 모처를 통해 언론보도를 유도했다”며 “새누리당을 오가는 특정 인사를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인사는 또 “대학에서 일하다보면 교육부 관계자를 모를 수 없다”며 인맥을 과시했다. 이미 퇴직한 몇몇 교육부 고위관료를 언급한 이 인사는 그러나 “교육부에 감사를 청탁하거나 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박토마스상진 이사의 관계를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곳은 역시 김목민 이사장 측이다. 김목민 이사장은 “정황상 민원을 제기하자마자 교육부가 신속하게 조사해 사실상 제보자의 뜻대로 이사장의 직무정지를 이끌어냈다. 유착이 없다고 보는 게 더 불합리한 정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본지는 관련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박토마스상진 이사에게 연락했지만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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