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폐지 권고, 도입 망설여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학생부위주 수시모집이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수험생들의 기회 확대와 재정 수익을 고려해 적성전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전형 간소화를 이유로 적성전형을 지양하고 있어 전면 도입에는 망설이는 분위기다.

수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아 주로 중하위권 학생들이 준비했던 적성전형은 교육부의 전형 간소화 방침에 따라 그 규모가 계속 줄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14년 대입 전형에서 28개교가 실시했던 적성전형은 이후 2015년 13개교, 2016년 11개교로 대폭 축소됐다. 올해는 가천대·고려대(세종)·삼육대·서경대·성결대·수원대·을지대·한국산업기술대·한신대·홍익대 등 10개교만 실시한다.

전형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들은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수험생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적성 전형 도입의 의미를 찾고 있다. 다양한 대입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A대 입학처장은 "지금 입시전형을 보면 거의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다. 결국 이 두 전형 아니면 대학가기가 쉽지 않다"며 "학생부위주전형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방향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B대 입학처장도 "지금 대입전형은 내신이 좋거나 1학년때부터 비교과 준비한 학생 아니면 대학 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사교육영향평가를 통해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는지 검토만 잘 이뤄지면 공교육 정상화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재정적인 문제도 적성전형을 실시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입학사정관을 충원해야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뿐더러 학생들의 관심이 많아 전형료 수익도 늘기 때문이다.

C대 입학팀장은 "적성전형을 폐지하면 그만큼의 인원을 학종으로 충원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입학사정관 비용이 많이 든다"며 "우리 같은 중소규모의 대학은 입학사정관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적성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D대학의 한 관계자는 "고교정상화기여대학 지원사업비가 해마다 줄고 있어 입학사정관 충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속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며 "우리 대학은 고교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을 포기하고 적성전형을 하고 있다. 이 전형에 학생들이 많이 지원해 전형료도 꽤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고교정상화기여대학 지원사업비는 지난 2014년 610억원에서 2015년 510억원, 올해 459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이다.

고교에서는 적성전형 확대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전국진로진학지도협의회 최승후 정책국장은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나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중하위권 학생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너무 무관심하다"며 "적성전형은 이 학생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수 있는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대학들은 교육부가 적성전형을 지양하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다. 입시에서 학생 및 학부모들로부터 소위 '착한대학'의 기준이 되는 고교정상화기여대학의 평가지표에 입학사정관 확충, 전형 간소화 등의 배점이 있어 적성전형을 운영할 경우 이 사업 선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E대 입학팀장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도 했지만 자칫 교육부에 등을 지는 것처럼 비칠까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명채 대학입학지원실장은 "논술전형은 학생들의 수준을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으나 적성전형은 사지선다형의 단순한 학력평가라 두 전형의 성격이 다르다"며 "고교정상화 부분이나 교육적 측면에서 보면 적절한 전형은 아닌 것 같아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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