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사태로 바라본 평단사업, 대학의 평생교육 참여

전문가들, 대학의 평생교육 참여 필요성 인정하되 더 많은 논의 필요 강조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교육부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과 관련된 이화여대 사태는 아직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에 이어 동국대 등에서도 평단사업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나타났다. 평단사업은 과연 사라져야 하는 사업일까. 대학 평생교육에 대한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평생교육 전문가들은 대학의 평생교육 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평단사업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전문대학나 사이버대와의 충돌을 대비하지 못한 점 등 문제로 부각된 몇몇 부분들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이어졌다. 대학의 평생교육 참여는 필요하지만 더 많은 부분들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대한 인식 전환도 이야기됐다.

■ 대학들, 인식 전환하고 평생교육 진행해야 = 그동안 대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진학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대학에 가지 않고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대학이 열어놓은 문은 좁았다. 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부설기관인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진행된 교육은 '돈벌이'로 인식됐고 그마저도 사설기관 등과의 경쟁에서 뒤쳐졌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교육)는 국내 고등교육시장의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고등교육시장 자체가 소위 고등학교에서 바로 대학에 가는 '학령인구'에 국한됐고 이것을 성인 재직자들도 자유롭게 대학을 오갈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 대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대학생의 30%가 만 25세 이상의 성인들이지만 우리나라는 5% 내외에 불과하다. 케임브리지대, 옥스포드대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럽의 경우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성인들의 대학이 늘어났다”며 대학이 고등학교와 노동시장 사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을 위한 능력 재생산이 가능한 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봐도 대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우리나라가 제일 젊다. 졸업생의 80% 정도가 25세 전후다. 유럽의 경우 30대 중반까지도 간다.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 대학에 오는 것은 물론, 일자리와 대학을 필요에 따라 오가기도 한다. 이미 이런 추세는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국내에서 대학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단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평생교육, 평생학습의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학습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평단사업 운영을 교육부로부터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국평원)의 임숙경 평생직업교육본부장은 “미래에는 평생학습이 더 큰 차별 수단이 될 수 있다. 사람이 평생 배우며 살아야 하는데 대기업에서는 자체적인 교육제도가 잘 마련돼 있고 돈이 많은 사람은 사설기관을 이용한다. 하지만 중소기업 이하에서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드물다. 직장을 잡은 이후에도 점점 경쟁력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대학 뿐만 아니라 (국가는) 어떤 형태로든 평생학습을 지원해야 한다. 평단사업도 많은 형태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OECD 국가들의 연령별 고등교육 이수 추이. 대부분 국가에서 노년층의 대학 접근성 증가율이 한국의 수치를 상회한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OECD 국가 평균이 10%p 정도 증가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5%p 증가에 그친다. 이보다 낮은 국가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주로 동유럽 국가뿐이다. (자료= <한숭희, 이은정. '고등교육 보편화와 체제적 복잡화: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의 화학적 결합'. 《평생학습사회》. 2016.>에서 발췌)

■ 평단사업 문제 존재하지만 목적까지 무시해선 안 돼 = 평단사업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제들 중 하나로 지적된 것이 전문대학이나 사이버대와의 충돌이다. 이미 평생학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전문대학이나 사이버대에게 이번 평단사업은 교육부의 뒤통수치기로 다가왔다. 국민들의 인식에서 4년제 대학은 아직까지 전문대학이나 사이버대와의 인식 격차가 존재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고 오히려 평단사업을 통해 4년제 대학에 혜택을 준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본지 8월 8일자 '평생교육은 세계적 추세…큰 틀 바꾸는 계기 삼아야' 기사 참조>

실제로 평단사업 준비과정에서 전문대학이나 사이버대와의 충돌은 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평생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입장에 맞춰 여러 선택지를 준비하는 것만 생각하고, 여러 선택지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평단사업 연구용역을 맡았던 조대연 고려대 교수(교육)도 연구과정에서 전문대학과 사이버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연구주제는 평단사업의 운영모델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어떤 모양을 갖췄을 때 평생학습자에게 유익한 시스템이 될 것인지를 고민했다. 연구대상 자체가 4년제 대학이었고 그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평단사업의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 선정 대학들의 미비한 행정처리는 각 대학에 자율성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최대한의 자유를 주면서 각자의 특성에 맞는 평생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그 대신 지속적인 관리와 컨설팅 등을 통해 평단사업 진행을 지켜보자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

조 교수는 “평생교육원이 있는 대학이 평단사업을 운영하더라도 서로 교육과정이나 내용 등이 겹치지 않는 쪽으로 운영하면 (평단사업을)허용하는 식으로 각 대학마다 자율성을 부여했다. 평가 지표 중에도 기존 평생교육원의 특성화 전략 부분이 있었다”며 “행정적 문제로 지적된 것은 내부 논의와 함께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꼼꼼하게 살펴봐야할 부분”이라 말했다.

■ 기존 평생교육 사업들과 ‘윈-윈’하는 방향 돼야 = 평생교육과 평단사업의 문제가 해결되고 전문대학, 사이버대 등과 상생하기 위해선 지침의 평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각 기관마다 서로 다른 지침들로 불평등한 위치가 만들어졌으니, 이번 기회에 평생교육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윈-윈’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전문대학가에서 진행하는 평생직업교육대학(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Ⅳ유형) 사업총괄책임자인 김성식 목포과학대학 교수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평생직업교육대학도 학점을 부여하고, 평단사업의 혜택을 함께 받는 쪽으로 나간다면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다. 각 기관들이 겹치는 지역도 없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직업학교나 폴리텍 등과 충돌하는 고용보험 혜택도 고려 대상”이라며 평생교육대학사업들의 지침 일원화를 제안했다.

평단사업의 취지를 살리며 관련 문제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대연 교수는 “평단사업은 전문대학 등에서 모델의 이름을 달리해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업이다. 수능을 보고 줄 세우기로 들어오는 대학 풍토가 완화될 수 있는 기회”라 전했다.

한숭희 교수는 “대학의 평생교육 문제는 학벌장사로 흘러가는 것만 철저히 막으면서 모두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전문대학에만 맡길 것도 아니고 4년제 대학이 뒷짐만 지고 있을 것도 아니다. 전문대학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4년제로 바꾸면서까지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국평원에서도 개선의 의지를 나타냈다. 임숙경 본부장은 “평단사업대학은 권역별 평생교육 대표 기관으로 존재하며 더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논란이 됐을 때는 사실과 다른 말들도 많이 나왔지만 이제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된다거나 하는 오해들도 풀었고 사업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사업을 알리는 계기도 됐다. 앞으로도 많은 의견을 들으며 사업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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