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대학 ‘괄시’가 도를 넘었다. 행정부가 대학들을 줄 세우더니 이제는 입법부인 국회까지 대학 총장들을 민원인 취급하는 것인가. 매년 잘못된 정책과 제도로 대학의 발전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행정부와 입법부가 이제는 손잡고 대학 무시하기에 나서기라도 했나. 이제 막 문을 연 20대 국회가 벌써부터 대학사회의 갑으로 행세하기로 나선것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자세를 고쳐 주길 바란다.

본지는 지난 19일 예정됐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초청 대학총장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국회측에 유감을 표한다. 한달여 앞서 개최가 확정됐던 간담회를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교문위 전체회의를 이유로 파기한 것은 명백한 결례다. 무엇보다 참여를 확정했던 전국 대학총장들에 대한 무례다.

대학의 사정이 어렵다고 총장들이 국회의원실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대학총장마저도 민원인 취급이다.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인재양성을 책임지고 있는 그들의 노고가 국회의원에 미치지 못해 보였다면 오산이다. 가장 선두에서 교육을 이끌고 있는 총장들이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만드는 교문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감히 말한다. 대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학문제는 곧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다. 정권차원에서 그토록 해결을 염원해 마지않는 청년취업 문제는 곧 대학의 문제다. 역대 정권이 모두 고민해온 지역균형발전의 당사자는 지방대학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파트너는 대학이다.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설 자격은 없다. 특히나 교문위는 더욱 그렇다. 지금 이슈가 몰리고 언론의 플래시가 터지는 초중고 교육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수년째 묵혀둔 대학의 시간강사 문제와 허리띠를 졸라맨 대학의 재정 문제, 이미 지척에 와있는 온라인공개강좌의 위협 등 위기는 산적하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대학구조개혁으로 발생한 사회갈등을 현명하게 풀어내기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좀더 고등교육계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국립대 혁신사업은 국립대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과제다. 교문위가 지난 전체회의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국립대의 자율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정책이 국립대의 자율성을 크게 침해한다며 헌법정신까지 인용했던 교문위원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자율성을 신장할 수 있다는 이 사업을 기대하는 국립대학가의 애타는 기대는 교문위원들에게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다. 지난 4·13 총선에서 여야 3당은 모두 고등교육 공약이 2012년 대선 당시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지난 몇차례의 교문위 회의는 누리과정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잠식됐다. 비리사학 문제도 몇몇 상징적인 대학을 힐난하는 데 그쳤다. 이래서는 고등교육 정상화와 국제 경쟁력 확보는 요원하다.

교문위에 강력히 촉구한다. 고등교육에 눈을 돌려라. 대학의 발전은 국가의 발전이다. 고등교육이 난제라고 외면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지 않겠는가.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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