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위주 교과목에 적용…기존 교육시스템의 보완책으로 각광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최근 3D프린팅·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등 신기술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문대학가에서는 이를 직무교육과 접목해 교육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실습 위주로 이뤄지는 직무교육에 효과적인 교육기자재로써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3D프린팅 기술이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제품을 설계하고 제작해보는 수업에서의 활용도가 높았다. 특히 공학계열 ‘캡스톤 디자인’ 과목에 이를 활용하거나 활용할 계획인 대학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캡스톤 디자인’은 학생들에게 산업현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 논문 대신 작품을 설계·제작하도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이다.

▲ 학생들이 직접 설계한 인테리어 및 건축 디자인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결과물의 모습.

대림대학은 3년 전 3D프린팅을 활용한 직무교육과정을 개발했다. 그동안 시범적으로 운영해 오다 지난해부터 기계과 정규교과목인 ‘캡스톤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도입, 운영하고 있다. 3학년 1학기에 개설된 이 수업은 학생 4~5명이 한 팀을 이뤄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그 아이디어를 3D프린터와 공작기계 등을 활용해 제작,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학생들은 지난 학기 이 수업을 통해 △소형 3D 프린터 △고도별 온도·습도·미세먼지 측정 가능한 드론 △RC엔진을 활용한 제설장비 등 다양한 아이템을 도출, 3D프린팅을 활용해 구현해냈다.

이 대학 이양창 교수(기계과)는 “이전에는 같은 과정이라 하더라도 대형 장비를 다뤄야 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형상화시켜 완성품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면서 “이제는 3D프린팅 기술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손쉽게 형상화할 수 있다 보니 학생들의 반응도 좋고 교육 효과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계분야 뿐만 아니라 디자인, 자동차, 체육, 조리 등 전 분야에서 3D프린팅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올해 2학기부터는 전체 학과에 확신시키려고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구보건대학의 경우 다음 학기부터 의료환경디자인계열에서 3D프린팅을 활용한 교과목을 운영할 예정이다. 공업·환경·인테리어디자인 교과목에서 도출되는 각종 아이디어 상품들을 3D프린팅을 이용해 출력해내겠다는 계획이다.

계재영 교수(의료환경디자인계열)는 “지금까지 해당 교과목 수업은 있었지만 이렇게 3D프린터로 결과물을 출력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아무래도 3D입체물은 실제 실물로 만져봐야 형태, 크기, 개선 사항 등을 확실히 알 수 있다”고 3D프린팅을 활용한 교육방법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 지방 전문대학 A관계자도 “제품이라는 게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컴퓨터상에서 보는 건 확실히 다르다”면서 “비록 축소되고 약간 재질이 다르지만 3D프린팅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갖고 조립은 물론 기능 평가도 해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설계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VR 기술도 직무교육의 효과적인 또 하나의 교육기자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VR이란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주변 상황·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인터페이스다. 이 기술을 교육 콘텐츠와 접목시키면 대학에서도 대규모 투자나 위험 없이 실제 기업현장에서 쓰이는 기술과 장비는 물론 벌어지는 상황까지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대학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VR기반 교육을 도입하려는 계획을 세운 동서울대학은 올해 ‘몰입형 가상현실’ 방식의 교육용 VR콘텐츠를 개발하기도 했다. 전기정보제어과의 전기설비관련 교과목과 항공서비스과의 항공기 사고 시 비상 탈출하는 실습과정 등이다. 내년 1학기부터 NCS기반 교육과정에 VR 기술을 적용, 현장실무교육의 기회와 질을 높일 계획이다.

유태재 기획처장은 “학생들이 현장실무능력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의 직무과정을 실습,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실습과목의 경우 장비가 굉장히 비싸고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은 워낙 빠르게 바뀌어 그때마다 해당 장비를 구비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몰입형 가상현실 기반의 교육을 통해 원거리로의 현장견학이 필요하거나 위험한 작업이 있는 산업현장을 연수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부담, 시간 등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교육과정은 마련돼 있지 않지만 현재 이를 준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대학도 있었다. 영진전문대학은 기계계열의 선반실습, 밀링머신 실습이나 조선계열의 수중 용접 실습 등 위험하고 장비를 갖추기 힘든 실습교과목에 VR을 활용한 수업을 대학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이 대학 박재홍 컴퓨터정보계열 부장은 “VR을 활용한 교육이 효과적인 분야는 아무래도 장치산업이나 제조업 쪽 실습교과목이다. 부사관학과 같은 경우에도 전투 시뮬레이션 훈련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위험하고 실제 실습 장비를 갖추기 힘들거나 실습장 규모가 굉장히 커야 하는 부분을 VR이 대안책으로써 파고들 것이다. 향후에 VR기반으로 한 직무교육이 계속 확산되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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