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근 대학정책실장 "교육과 연구분야 혁신 논의 추가로 필요…제언 내달라"

▲ 18일 오후 인제대에서 열린 2016 사교련 임원단 대회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강재규 인제대 교수, 김용석 코리아텍 교수,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김성후 신한대 교수, 반상진 전북대 교수,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해=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대학구조개혁 평가 지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주호 장관 시절 100%를 차지한 정량평가를 대폭 축소했고, 교육목표와 재단 차원의 교육비 환원율 등을 평가해 실제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가 담겨있는데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전달 과정에서 교육부의 책임을 통감하며, 남은 동안 현장과 적극 소통하고 보완해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8일 김해 인제대에서 열린 2016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박순준, 사교련) 임원단 대회에 마련된 토론회는 최근 이화여대 사태를 비롯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과 재정지원방식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사립대 교수 8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 배성근 대학정책실장이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 1급 이상 관료가 대학 총장과 보직교수들을 만나는 경우는 잦다. 직접 관할하는 국립대 교수회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은 더러 있었으나, 사립대 교수들을 만나 토론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토론회는 교육부 주요 대학정책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참석한 교수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대학교육 전문가인 반상진 전북대 교수와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박근혜정부의 대학정책이 대학들을 황폐화 시키고, 사립대 거버넌스 역시 비민주적으로 구축되도록 유도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정토론자인 강재규 인제대 교수는 "교육부 구조조정과 돈줄을 쥐고 대학들을 농락하고 있어, 대학정책이 전체주의 체제는 아닌지 착각할 정도"라며 "대학 장기적인 방향에 대해 합의 도출하고, 국회 상임위도, 평교수도, 대학생과 학부모도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제를 맡았던 반상진 교수도 "물론 대학들에게 자율성을 전부 보장하더라도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대학들도 있겠지만, 교육부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대학에 사전 지원하고 사후에 조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총액지원식 상향식 대학재정지원사업 시안'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했으며, 일반사업과 특수목적 사업 병행구조로 가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학정책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용석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교육부 구조개혁 정책이 특성화, 다양화 등 명분이 분명히 있었을텐데 실제 현장에서는 평가가 왜곡되면서 명분 대신 오직 대학을 통제하려는 관료주의가 남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연 연구원 역시 "대학정책 아이디어가 교육부에서 나오는지 불분명하고, 이제는 교육정책이 경제정책 뒷받침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성근 대학정책실장은 "지방대 중심으로 고등교육 추를 튼실하게 유지해나가지 않으면 고등교육 자체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해방 이후 지방대학 정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특성화"라며 "대학구조개혁 1주기 평가 역시 지방대 보호를 위한 것이다. 정성평가를 보완할 필요는 있는데, 이제는 한 예로 지표에 맞추기 위해 건물을 올리기 보다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인근 대학 공간을 활용하는 공유개념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게 현 정부 정책 기조"라고 설명했다.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에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강행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히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 등으로 대학에 불편함을 준 점 잘 알고 있다. 고등교육 재정지원 규모를 OECD 수준에 맞게 끌어올리려다보니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나온 상황이다. 교육부에서는 여전히 내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최전선에서 설득작업을 벌이는 만큼 교수님들께서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실장은 앞으로도 사립대 교수들과 더 만나서 토론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교육부 성토는 오늘 충분히 해주시고, 본질적으로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유지하기 위한 제언과 아이디어를 내어 교육부에 보내주시면 머리 맞대고 고민해보겠다"며 "지금까지는 강도 높은 정원감축 방안에 교육부가 매몰돼 있는 것 아니냐는 본질적인 논의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는 교육분야와 연구분야 혁신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신 2019년부터 전면 개편되는 상향식 재정지원사업 방식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진정성이 보인다면 실제 다음 정부에서 시행되도록 아이디어 주시고 파수꾼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사립대 교수회 관계자는 배성근 실장의 소통 노력을 대체로 높이 평했다. 한 수도권사립대 교수회장은 "근본적으로 대학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과 시각차를 확인했다"면서도 "교육부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애쓰고 있다는 점은 인지했고, 앞으로 간극을 줄이기 위한 토론을 이어간다면 의외의 접점이 나올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배성근 실장의 이번 토론회 참석은 지난 5월 사교련 임원진이 세종정부청사를 찾아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대학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평가정책 제안 등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간담회를 한 차례 치르면서 약속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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