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학과 홍고 타미오 씨, 사학자의 꿈 마침내 이뤄

▲ 홍고 타미오(일본학과)씨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경상대(총장 이상경) 201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70살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는 일본인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지난 2013년 9월 일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뒤 석박사통합과정을 거쳐 3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홍고 타미오씨이다.

홍고 타미오 박사는 '도호쿠·홋카이도 하이가쿠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해 졸업식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하이가쿠는 일본의 전통적인 17자 정형시인 하이쿠를 적어넣은 액자이다.

1946년 일본 도쿄에서 2남 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홍고 타미오 박사는 원래 사학 공부를 희망했으나 가정 형편때문에 공업계 고등학교 전기과에 입학했다. 홍고 타미오 박사는 그때를 회상하며 "실의에 차서 죽고 싶었지만 자살할 수는 없었다. 그 이후에는 언제나 여생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홍고 타미오 박사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전기회사에 취직한 다음 야간대학에 진학해 주경야독으로 학업에 정진하며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도쿄에 있는 공학원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해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학업을 향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던 것이다.

특허청 공무원이 된 후부터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역사동호회에 참가해 실크로드와 관련한 다양한 서적을 접했고 인도미술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일본고대사부회, 고고학연구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1995년에 특허청을 퇴직하고서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불교사원의 발굴조사에 참가하기도 하고 1998년에는 경주 남산을 조사했다. 2006년에는 급기야 경주로 이주해 경주 남산의 불교미술을 조사·발굴하면서 하이쿠에 심취하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불상에 하이가쿠를 봉납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한국하이쿠연구원 곽대기 원장의 추천으로 경상대 대학원 일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이후 2014년 9월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진입해 목표한 박사학위에 바짝 다가갔다.

홍고 타미오 박사는 3년 동안 매월 학회지에 논문을 투고하거나 학회에서 발표를 해야 했다. 지난 3년에 대해 홍고 타미오 박사는 "교도소에서 징역을 한 기분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저서 1권을 냈고 논문 23편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경주 남산 불교문화에 대한 사전(事典) 분담 집필, 하이쿠 시작 활동, 문화재 관련 에세이 투고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고, 경주 남산을 일본에 수없이 소개하는 에세이를 썼으며 중국 학술서와 학술논문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을 열심히 해왔다.

그 덕분에 각종 하이쿠 대회에서 특선 이상의 상을 4회 수상했고 특히 경상대가 대학원생을 위해 해마다 2회 마련하는 젊은 개척연구자의 날에 젊은개척자상을 4회나 수상했다. 졸업평점도 4.31이다.

대학의 사학과를 나와 역사가가 되려는 꿈을 간직했던 청년 홍고 타미오 씨는 70살에 이르러 국립 경상대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경주에서 불교문화와 역사를 공부하는 선비로 탈바꿈했다.

홍고 타미오 박사는 "경상대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장학혜택으로 등록금을 납부한 적이 없다"면서 "그동안 지도해주신 권해주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에게 감사한다" 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가족이 없이 홀로 경주에서 살고 있는데 마음의 고향 경주에 사는 선비라면 모든 게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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