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5년간 ‘밀착형 교육’ 시스템 구축…성과 나타나기 시작

인도네시아에 교육프로그램 수출 준비도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대학교육의 본질에 돌아가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구성원들에게 전했다. 대학은 학생을 길러내는 기관이다. 학생들 취업을 했든, 안 했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익히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게 학교의 핵심적인 의무사항이다. 따라서 학생 중심의 개혁을 하는 게 맞다고 봤다. 물론 일시적 임시적으로 재원을 따내려는 노력도 하겠지만 거기 매달려 다른 일을 못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송수건 경성대 총장은 올해 개교 61주년 기념식에서 ‘대학의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대학의 본질로 돌아가 교육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초연한 자세다.

송 총장은 지난해 연임하면서, 국내에서 대학 경영을 맡은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난 그를 만났다. 그는 대내외로 경성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국내 대학의 해외대학 설립 허가, 정부재정지원사업 방식이 상향식으로 전환하는 등 하반기부터 규제들이 하나 둘 풀리는 상황에서 경성대는 다시 도약할 준비를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 송수건 경성대 총장(사진=한명섭 기자)

-연임 후 1년이 지났다. 소회는.
“미처 재임 기분을 느낄 여유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학교는 5년간 연속 구조개혁평가, 정부재정지원사업 등을 준비하기 위해 1년에 최소한 몇 개씩의 평가계획서를 내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를 몸살이라고 해야 할 지, 고난이라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주어진 여건이라고 여기고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준비도 만전을 기하려 한다.”

-개교 61주년을 맞아 ‘대학 체질 개선’을 강조했는데.
“표현상 동양 사상에 따라 61세를 심신을 새롭게 하자는 뜻을 담았다. 내용 면에서는 본질로 가자는 게 핵심이다. 학교가 팽창 지향형으로 오다가 2011년부터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하면서 제약조건을 두면서, 4~5년 겪으면서 느낀 점은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었다.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따오더라도 발전시키기에는 미약하고, 또 경쟁이라 제약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따올 수도 없지 않나. 교육부가 강조하는 지역 특성화, 지역사회와의 융합 및 협력 기조에 동의하지만 교육부가 내건 국고사업만 바라보다 세월만 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의 내용이 대학의 전통적 본분에 충실한 교육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우리는 ACE 요건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제는 공부만 해서는 전통적인 기능만으로는 취업-창업으로 학생들을 진출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비교과 과정을 강화했다. 따라서 학생생애관리시스템 등 입학부터 시작해 졸업 이후 취업까지 밀착하고 있다. 대학 전체가 나서서 학생들이 수업 외에 취업과 창업 및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모든 역량 제고에 힘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실제 대학창조일자리센터,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되는 등 강점을 보였다.
“5년간 우리가 취업과 창업에 관해 해낸 것은 전무했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경성대는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학교가 됐다. 단순히 애써서 학생들을 취업시켰던 데서 탈피해 교과과정부터 다 바꿨다. 대학창조일자리센터라든지, 창업 관련 정부재정지원의 도움도 받았다. 보조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IPP 등 프로그램으로 인턴십 또는 해외취업 등은 물론 시스템 안에 여러 프로그램을 두고 운영한 뒤 취업률 등 실적을 데이터로 만들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마 분석적, 개혁적 시스템들이 학생들의 공감을 받은 것 같다.”

-시스템 구축 성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건가.
“그렇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학생들을 불러도 오지 않았고 취업 의지도 낮았다. 학생들에게 대학에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는 민망한 상황이었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비롯해 특정분야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시간을 들여 훈련하면 된다’고 걸 절감했고, 실제 성공모델이 만들어졌다. 취업한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바뀌었다. 시스템이 들어섰다는 방증이다.”

-전국대학이 벤치마킹할 만한 교육혁신 전략을 공유해준다면.
“우리는 마일리지 장학금 제도가 있고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준다. 또 교수들이 밀착형 수업을 하고 있다. 도제형 수업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다. 대형 강의는 안 된다. 1m 거리에서 학생들을 접하고 교육하면 학생들의 마음과 인격이 바뀐다는 것을 체험했다. 교양교육에 융합 요소를 더한 점, 인문계와 이공계가 어울릴 수 있는 마인드를 조성하기 시작한 점도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산업체에서도 반응이 달라졌나.
“무역통상학과에 신발 산업 관련 특성화 사업단이 있다. 인재양성 과정에서 보니 중요한 요소가 영어실력이더라. 그래서 선도그룹 개념으로 20명을 선정해 3개월간 학업 후, 주말에 몰입식 교육을 시켰다. 교수들도 모두 나서서 도왔다. 그 결과 학생들의 영어점수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신발업체에 이 학생들을 보냈더니 해당 업체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학생들의 역량이 어떻게 이렇게 좋아졌는지 묻고, 다른 곳도 그렇게 가르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받았다.”

-경성대의 국제화 전략이 궁금하다.
“인바운드(Inbound)와 아웃바운드(Outbound)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인바운드 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학 수요를 살펴보니 가정 형편에 따라 최우선 국가는 미국, 두 번째가 일본, 세 번째가 한국이었다. 따라서 이 학생들을 확보하려면 영어를 떼어놓을 수는 없겠다 싶었다. 인바운드 규모를 늘리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영어 학위 프로그램 만들자고 해서 추진 중이다. 학생들을 해외에 내보내는 아웃바운드 역시 효용 한계가 있다. 단적으로 그 재정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금은 학교도 많이 감당하고 있지만 학교 재정은 곧 한계가 오기 때문이다. 매년 100~200명의 학생들이 영어와 전공 등을 배워오지만 아웃바운드가 학교를 바꿔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달부터 정부에서 규제를 푼다고 발표했던 교육 프로그램 수출과 분교가 훨씬 생산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특히 물가가 6분의 1 수준인 인도네시아를 목표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정부재정지원방식이 상향식으로, 교육과 연구중심대학 중 택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해져 있다. 교육중심대학이다. 미국은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은 확연하게 구분되고, 각자 트랙에서 명문대학이 얼마든지 나온다. 지금은 모든 대학평가가 연구도 교육도 조금씩 하도록 돼 있어 ‘줄 세우기’ 등수가 정해져 있고, 내부 부작용이 생긴다. 교육자원도 분산된다. 내가 이해하는 상향식이 맞다면 일단 환영이다.”

-마지막으로 경성대 동문들과 현재 구성원들에게 한 마디.
“학생들에게 먼저 말하고 싶다. 꿈이 있어야 한다. 그 꿈은 노력과 열정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대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7만6000명의 졸업생 660명의 교직원들에게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대학이 처한 현실은 마치 폭풍우를 맞는 배와 같다.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이 배를 살릴 수가 없다. 7만6000명 모든 구성원이 ‘나 혼자’ 살려고 해도 살아남을 수도 없다. 전 구성원의 단결된 노력과 희생으로 배를 살리고, 우리 전체도 개인도 모두 살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해야겠다.”

▲ 송수건 경성대 총장이 박성태 본지 발행인과 환담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송수건 총장은…
1951년 부산 출생.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미국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2004년 미국 미드아메리카침례신학교에서 신학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08년 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미국 조지아서던대 행정학과 조교수로 부임했고 1995~1999년까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행정학과 조교수를 역임했다. 2004년에는 미국 미드아메리카침례신학교 대학평가처장으로 부임해 동 대학교수와 대학평가부총장으로 재임했다. 2011년 현 경성대 총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이연희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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