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 (본지 논설위원 / 순천향대 교수·창업지원단장)

대학생들은 교수들보다 더 바쁘다. 졸업생들은 기가 죽어있다. 천신만고 끝에 취업한 사회 초년생들은 직장이 안정되지 못하고 미래가 불투명해서 좌불안석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앞서간 선배들만큼 잘 살 수 없을 것 같고,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아서 더 낙담이다. 무엇보다 삶에 가슴이 뛰지 않는다. 그래서 대한민국 청년들은 가슴이 답답하다.

아주 심각한 일이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들 입장에서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국가나 사회적으로도 큰 일이다.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할 주역들이 가슴이 뛰지 않고 답답해한다는 것은 이 나라 전체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흔히 사람들은 요사이 청년들이 예전같이 고생을 하지 않고 곱게 커서 삶의 의지가 박약하고 유약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러한 답답함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우선 일자리 자체가 과거와 같이 늘지 않는 경제 전반적 구조가 문제다. 기술변화와 과잉공급경제, 글로벌화의 급격한 진전으로 평생 고용을 보장하는 직장이 사리지고 있고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이 일반화되는 시대이다. 이제는 직장에 취업해서 남이 주는 봉급으로 평생 사는 ‘고용시대’는 저물고 개인 각자가 스스로 자기 일하고 사는 ‘Me Inc.’시대이다. 자신이 속한 직장 이름으로 살던 ‘조직의 시대’는 가고 자신이 실제 하는 일로 사는 ‘개인의 시대’ ‘Meconomy’시대이다. 한 두 가지 원인으로 생긴 단편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변하는 총체적 현상이고 새로운 흐름이다.

이러한 총체적 격변 현상에는 과거식 처방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흔히 정부나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단순 “일자리 늘리기”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를 만드는 공급시장에 문제가 생겼는데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일자리 만들겠다고 하는것은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가장 근본적인 답은 청년들 스스로가 각자 자신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어디에도 개인 인생을 책임질 직장은 없다. 임시로 단기적인 일자리는 있겠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공무원도 공기업도 대기업도 절대 아니다. 더구나 우리 청년들은 120세까지 산다. 지금 부모세대들과 같이 50대에 반퇴해서 일 없이 인생 절반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우리 청년들이 지금부터 각자 자신의 일을 갖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스펙 쌓아서 취업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1인(人) 1업(業)’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청년 각자가 스스로 일을 갖게 되면 인생을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주도적으로, 도전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가슴 뛰게 살 수 있다. 취업이나 실업, 반퇴나 명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잘 하는 일이나 실력으로 살면서 학벌사회에서 탈출하고 누구나 변화의 미래시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지방대, 일류대 콤플렉스도 없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다. ‘남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창업 실패나 위험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제대로 가르치고 극복해야 한다. 창업성공을 한바탕 대박성공을 노리는 ‘금전적 결과’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평생 추구하면서 얻어내는 ‘자기실현 과정’으로 가르쳐야 한다. 이렇게 보면 창업에는 실패가 있을 수 없다.

다행히 사람은 누구나 각자 잘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것이나 남보다 잘 하는 것을 전문화하면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자신의 일은 찾을 수 있다. 청소년 교육에서 대학교육, 진로교육까지 여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일자리 우상화하지 말고 작지만 전문적인 자기 일 갖고 오붓하게 사는 비전을 가르쳐야 한다. 전국 학교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1인(人) 1업(業)’운동을 펼치자. 이 나라 청년들을 살리고 이 나라도 사는 길이다. 이미 서방 선진국에서는 조직에 속하지 않고 각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전문적인 일을 하고 사는 ‘Mecocnomist’들이 경제활동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30%도 안 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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