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최상혁 기자] Q. 연일 사상 유례 없는 더위가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가뜩이나 찜통 더위에 국민들을 더욱 불쾌하게 하는 것은 전기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누진세. 전기세를 무려 11배나 늘려 부과하는 누진세 덕분에 에어컨을 켜지도 못하고 끄지도 못하는 불쾌한 여름이 지속됐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방학이라곤 하지만 입시로 바쁜 대학본부와 연구개발에 힘쓰는 연구실들은 대학의 전기세를 잡아먹는 주범이다. 대학의 전기세 부담은 어떻고, 또 대안은 없을까?

“우리 대학은 한 달에 약 2억원 가까이 전기요금을 지출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비싸다보니 에너지 관리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전기료가 상승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아무리 에너지 절감을 통해 전기 사용량을 낮춰도 지출하는 전기료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학의 역할보다 전기세 자체의 문제가 있다.” (서울 북부 A대학)

대학들은 그린캠퍼스 사업이나 각종 에너지절감대책을 수립해 여름철 혹서기를 보낸다. 최근에는 전력효율이 좋은 장비를 잇달아 도입하며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A대학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LED 전등 도입을 추진해 올해 안에 60% 이상을 LED 전등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또 태양광 발전기를 직접 설치해 450KW를 생산하고 있다. 빈 강의실이나 건물의 불끄기는 기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고작 건물 1개동 수준의 전기세를 아끼는 효과 밖에 없다.

결국 한국전력이 내놓은 요금표가 문제다. 한전은 대학 내 전기요금을 계절별, 시간별로 차등적용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적용된 요금표에 따르면 교육기관인 대학은 1000KW를 기준으로 교육용(갑) 요금 혹은 교육용(을) 요금의 적용을 받는다. 교육용(갑)의 경우 전력사용량이 가장 낮은 봄·가을철(3~5월, 9~10월) 요금이 1KW당 54.9원~59.8원인데 반해 가장 더운 여름철(6~8월) 요금은 1KW당 91.4원~96.9원에 달했다.

1000KW이상 고압전력의 경우는 시간대별로도 요금이 ‘널뛰기’하는 구조다. 봄가을철 요금도 가장 전력부담이 낮은 심야~오전(23시~9시) 요금은 43.8원~49.8원이지만 전력부담이 가장 높은 낮~오후(10시~12시, 13시~17시)요금은 77.8원~84.7원이다. 전력부담이 큰 여름철은 이 격차가 더욱 심하다. 심야~오전 요금은 43.8원~49.8원이지만 전력사용이 늘기 시작하는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9시~10시, 12시~13시, 17시~23시) 요금은 두 배에 가까운 87.3원~94.5원으로 늘어난다. 이후 가장 더운 낮~오후 요금은 세 배를 넘긴 150.2원~160.4원으로 책정돼 있다. 대학가에서는 학생들을 교육시키거나 연구를 하는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높은 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우리 대학은 전기료를 10억 이상 쓴다.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대학에서 전기료 부담이 너무 크다면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위협받는 것 아닌가. 교육기관에는 사회적 배려를 해줘야 한다. 실제로 연간 예산을 짤 때 높아지는 전기료 예산 때문에 교육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도 있다.” (영남권 B대학)

대학들의 볼멘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본지가 사립대학회계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대학들은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전기세를 납부하고 있었다. 2012년 2372억원이던 전기세 납부액은 2014년 2565억원으로 늘었다. 3년 새 300억원 가까이 지출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용처를 알 수 없는 전력산업기반기금도 대학의 큰 부담이다. 이 기금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력산업 기반조성 재원 확보를 위해 매달 전기요금의 3.7%를 걷어가는 기금이다. 전기를 많이 사용해 요금이 늘수록 비례해 증가하는 셈이다. 대학마다 편차는 있지만 이 기금으로만 대학당 연간 6~7000만원을 납부한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기금을 당장 1%만 인하해 환급해줘도 시름을 덜 수 있다. 이미 이 기금 조성액이 2조 1440억원을 넘긴 만큼 전기요금 부담 완화에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관계자들은 현실에 맞는 전기요금 조정과 교육용 전기세 인하를 위한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01년부터 교육용 전기세 인하를 위한 활동을 펼쳐오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수월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정돼야 한다. 특히 연구와 교육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에 폭탄에 가까운 요금제를 운영하는 것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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