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옥 경기대 명예교수(전 경기도다문화교육센터장)

▲ 최충옥 경기대 명예교수

지난 6월 법무부는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10년 전인 2006년 91만 명에서 두 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5년 내에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는 것으로 본격적인 다문화시대로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2005년 6121명으로부터 가파르게 증가하여 2015년 8만2536명으로 무려 14배가 증가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대학으로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다문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대학의 다문화교육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

다문화시대에는 지금껏 우리 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갈등과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학은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갈등과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시대를 대비하는 현재 우리의 대학교육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급증하는 다문화학생에 대한 교육지원 문제이다. 이들이 성장하여 훌륭한 우리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잘 교육시키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일이다. 때문에 2007년 유엔인종차별위원회가 우리나라에 인종차별 철폐를 권고한 이후 정부당국은 초·중등 교육 차원의 교육격차 해소에 힘써왔다. 그 결과 다문화학생의 초·중·고교 취학률은 전체 국민과 비교해 거의 동일 수준에 이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대학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대학 이상의 취학률은 그 격차가 상당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 다문화가정학생의 취학률은 53.3%로 전체 국민의 68.1%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국제결혼 또는 외국인 가정 자녀들의 경우, 일반 수험생 위주로 맞춰진 입시 제도로 인해 상대적으로 그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육이 사회진출과 계층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진학에 따른 교육격차는 머지않은 미래에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고등교육 차원의 정부정책과 대학의 적극적인 지원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대학의 다양하고 복잡한 입학전형에 관한 정보를 그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다문화학생을 위해 입학사정관을 활용한 특별전형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다문화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에 힘써야 한다. 다인종 다문화사회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상대방의 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감수성과 타문화에 대한 관용적 자세가 요구된다. 즉, 다문화역량을 우리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학교육은 이러한 다문화역량을 기르는 교육에 소홀하다. 다문화역량은 전공분야를 불문하고 모든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이 되었으나, 이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이나 교육부 차원의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교육부에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중심으로 다문화 관련 교과목을 개설을 일시적으로 지원했고, 2009년부터 다문화멘토링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교육부가 다문화역량을 기를 수 있는 전문적인 연구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멘토링은 대학생들에게 사회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참여를 통한 다문화역량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으로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이미 다문화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지금도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다문화시대에 치러야 하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은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배려, 다문화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과 책무가 중요하다. 교육부와 대학은 다문화사회를 대비하는 전문적인 연구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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