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본지 논설위원 / 연성대학 교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싼 이대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미래라이프대학은 교육부 평생교육단과대학(이하 평단대) 사업에 선정된 이화여대가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3년 이상 경력의 고졸 출신 직장인이나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들을 대상으로 4년 과정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화여대 측은 재학생과 졸업동문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사업권을 반납했으나,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학위장사 논란, 순혈주의 논란, 정규학생 역차별 논란, 경찰력 동원 논란 등 이번 문제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있으나, 여기서는 이번 사태의 시발이 된 평단대 사업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평단대 사업은 고령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요인으로 인한 성인들의 다양한 평생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성인교육에 있어서 대학의 우수한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게 함으로써 고졸자의 선취업·후진학을 활성화시키고자 추진된 것이다. 평생교육이 대학에 제대로 정착된다면, 개인의 경력개발경로(career path)가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획일적인 모습에서 먼저 입직(入職)을 하고 추후 필요한 시기에 상위교육을 받는 등 다양한 경로 창출이 가능하다. 경력개발 과정에서 축척한 학력과 경력에 대한 수준을 표준화하여 국가역량체계(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 NQF)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역량을 상위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이것이 사회적으로도 통용되는 모습이 진정한 능력중심사회의 상(像)일 것이다. 이러한 능력중심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학령인구에 대한 고등교육 제공에서 성인들에게 자신의 역량수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고등교육의 제공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능력중심사회는 현실과는 너무나 괴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NCS와 NQF를 핵심 기제로 한 능력중심사회의 구현을 정책적으로 드라이브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국가정책만 가지고 실현될 수 있을까? 개인의 학습과 경험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NQF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학위, 자격, 산업체경력에 대한 등가성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선언적 확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이것이 사회적 통용성을 가지는가이다. 대학의 서열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어떤 대학의 학위든 동일하게 인정해 줄 수 있는가? 대기업에서의 경력과 중소기업에서의 경력을 동일하게 인정해 줄 수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 보면 답은 자명해진다.

평단대 사업이 시작되기 2년 전에 전문대특성화육성사업(SCK)에서 평생직업교육대학(이하 평직대) 사업이 추진됐고 현재 10개의 평직대가 운영되고 있다. 평직대 사업은 평단대와는 달리 대학 전체를 평생교육체제로 바꾸는 사업이라 대학의 입장에서는 평단대보다 훨씬 위험부담이 크지만 사회적 이슈화 되지는 못했다. 평단대의 경우도 이대를 포함한 수도권 소재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조용하게 추진되고 있다.

평직대나 평단대는 평생교육이 대학의 본류 기능으로 자리 잡는 엄청난 변화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리면서 대학의 필연적 귀결점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럼에도 이대사태가 벌어지고서야 공론화된 것은 본질이 아니라 현상만 보는 것 같아서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학벌주의 패러다임에 갇혀 능력중심사회를 논하기에는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아무래도 좋다. 공론화된 김에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평생교육, 그리고 미래 대학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 보다 본질적인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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