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본지 논설위원 / 가천대 법과대학장)

미래사회는 지식자본이 중시되는 지식기반 사회, 지식을 획득해 활용하고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되는 정보화 사회, 감성 등 다양한 가치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 창출이 이뤄지는 다원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빠르고 급격하게 변하는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창의적인 인간이다. 인공지능(AI)시대에는 콘크리트공과 조세행정사무원 등과 같이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정교함이 떨어지거나 타인과 소통이 적은 직업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이 높지만 화가와 작가 등 감성에 기초한 예술관련 직업들은 자동화에 의한 직무 대체 확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사과정에서 고려된 주요변수 중 하나가 창의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관한 것이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교육 패러다임을 창의성과 감성 및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한다.

창의적인 사고의 기본 원리는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 현재 당면한 도전 과제에 대한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창의적인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고정관념과 기존의 질서에 집착하는 것을 싫어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과 규칙 준수에 집착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며 다른 세상을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면 창의적 사고에 따른 올바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교육 대부분은 단순 기억과 재생에 의존하는 단편적 지식과 기계적 사고방식만을 길러주는 교육에 머무르고 있다. 오히려 규범이나 원리, 절차만을 강조하는 안정 지향적이고 기계적이며 조직적인 체계는 창의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학교수라면 제자들의 적성을 고려해 장래성이 있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하기는커녕 정부나 학교 본부가 요구하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4대 보험만 가입될 수 있다면 어느 곳에라도 취업을 하라고 강요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에 대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지나가는 버스에 적힌 각 대학교의 취업률 수치가 과연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 부모님이 하시던 일을 물려받았거나 원하는 곳에서 일하며 급여를 받고 있지만 4대 보험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은 졸업생들을 실업자로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단기적인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일을 하는 졸업생들을 취업자로 봐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취업률 수치는 낮지만 자기의 전공에 자부심을 가진 학생들이 가지게 될 보이지 않는 열패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자라는 이름을 가진 교수들은 오늘도 괴롭다. 이 모든 현상은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정부가 펼치고 있는 각종 사업 때문이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만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데, 이 때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취업률이다.

창의성은 실패와 수정의 반복된 과정을 통해 발현되며 그러한 과정을 끈기 있게 기다려 주는 인내를 요구한다. 그런데 지금 교육부가 벌이고 있는 대학 줄 세우기 식의 성과 중심적 평가와 재정 등 지원을 담보로 한 여러 종류의 잦은 평가가 창의력 방해요소는 아닌지, 취업률과 같은 획일적 잣대보다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먼저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학생들의 적성이 무시된 경로 폐쇄적 교육을 해야 하는 교수들의 자괴감에 대해 교육부가 이제는 무언가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응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절차의 문제이지만 미래사회를 살아갈 인재를 키우는 것은 목적이자 목표의 문제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까지 태우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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