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6개 대학 상생 포럼 개최…대학과 도시 협력 모델 제시 첫 사례

4년제 국립대 사립대 전문대  6곳 손 모아…관·학·산 협력해 발전 방안 찾는다

▲ 8일 안양시와 경인교대, 계원예술대학, 대림대학, 성결대, 안양대, 연성대학 총 6개 대학이 공동으로 ‘대학-안양시 미래발전 포럼’을 열고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민형 상공회의소 부회장, 윤동철 성결대 총장, 김종현 성결대 이사장, 김대영 안양시의회의장, 이필운 안양시장, 이재희 경인교대 총장, 오금희 연성대학 총장, 남중수 대림대학 총장, 정창덕 안양대 총장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연·천주연 기자] "대학이 없는 도시를 상상해본 적 있으십니까. 유명한 도시들, 1등 도시들은 전부 대학 중심의 도시였습니다. 대학이 있음에도 지자체와 대학이 분리돼 따로 운영된다면 과연 그 도시가 성장할 수 있을까요."

8일 성결대 학술정보관에서 안양시와 경인교대, 계원예술대학, 대림대학, 성결대, 안양대, 연성대학 총 6개 대학이 공동으로 개최한 ‘대학-안양시 미래발전 포럼’에서 윤동철 성결대 총장은 이같이 말했다.

윤 총장은 “대학이 있는 미래의 발전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University에서 Univer'City'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UniverCity는 대학이 삶의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생산성 있는 학문을 교육한다. 캠퍼스가 도시와 동 떨어지는 게 아니라 도시와 함께 발전하고자 한다”고 대학과 도시의 상생 방향을 제안했다.

이날 윤동철 성결대 총장을 비롯해 이재희 경인교대 총장, 남중수 대림대학 총장, 정창덕 안양대 총장, 오금희 연성대학 총장과 이필운 안양시장 등 안양시 관내 대학, 안양시, 산업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기업을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안양시 고등학교 교장, 학생들도 자리했다. 이들은 안양시 내 관·학·산 주체가 모여 대학과 도시를 함께 상생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포럼은 안양시 내 국립 사립 일반대 3곳, 전문대 3곳이 힘을 합친다. 그간 대학 설립 유형과 목적이 다른 대학이 만나 도시와 상생할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는 없었다. 지자체와 해당 관내 대학이 모두 모여 미래를 논하고, 대학 간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대학과 안양시가 만나 미래 발전을 위한 모임을 갖는 것 자체가 조금 늦은 감은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만나 의견을 공유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안양시에 5개 대학, 인접 의왕시에 소재한 1개대학이 있다는 것이 시 입장에서 미래를 위해 행운이다. 6개 대학과 좀 더 상생하고 협조·협력하는 관계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안양시와 6개 대학 협력 공감대…상생 첫 발 내딛어 = 도시가 가진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느냐가 도시발전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유능한 인재들의 산실인 대학과 도시, 도시의 지역경제를 책임지는 산업체가 함께 상생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이 시장은 “안양시는 과거 산업화시대에 중심 역할을 했던 도시다. 그러나 지금 안양시는 도시경쟁력이 하락하고 성장 잠재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가용할 토지가 부족하고 원도심권의 침체, 각종 시정지표 하락 등으로 안양의 제2부흥을 위한 재도약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남중수 대림대학 총장은 “과거 경기도 내 안양시의 도시경쟁력이 4위였는데 9위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대학과 도시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의 잠재력을 키우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와 대학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재희 경인교대 총장도 “안양시에 있는 6개 대학에는 4년제, 전문대, 국립대, 사립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고등교육기관이 이번 포럼에 함께하고 있다. 각 개별 대학의 특성에 맞는 영역에서 분명 안양시와 함께 협력할 부분이 존재한다고 본다”면서 도시와 대학의 협력 방향에 대해 공감했다.

■ 도시와 대학이 협력한 해외 사례에서 해답을 찾는다 = ‘대학-도시 상생 발전 비전 UniverCity’ 기조 강연을 맡은 윤동철 성결대 총장은 스웨덴 도시 말뫼를 예로 들었다.

그는 “'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조선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스웨덴 정부는 2002년 코컴스사의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 1000원 정도를 받고 매각했다”면서 “그러나 도시를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말뫼 시민들은 실망하지 않고 조선소와 버려진 공장지대에 대학을 세웠다”고 말했다.

말뫼시는 기업·노조·학계 전문가와 시민을 포함한 협의체를 꾸리고 협력을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방법을 찾았고 지금은 지속성장이 가능한 녹색도시로 자리 잡았다.

윤 총장은 “지난 2014년 ‘지식연합이 지식창조를 만들어낸다’는 주제로 포럼이 말뫼에서 열렸다. 모든 지식 관계자가 협력하고, 현장에서의 경험과 기초 지식이 어우러져 지식을 창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면서 “결국은 대학과 지자체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야만 도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뫼에 이어 대학을 중심으로 한 도시로 성장한 캘리포니아 어바인도 예시로 들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은 가장 젊고, 살기 좋은 대표적인 도시로 손꼽힌다. 캘리포니아대학이 새로운 캠퍼스 건설을 위해 어바인 컴퍼니로부터 404만㎡의 부지를 구입했다. 이어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를 키웠고, 살기 좋은 도시에 인재와 기업이 모여 결국 지역이 활성화 됐다”고 대학과 도시의 상생 사례를 제시했다.

대학은 도시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는 이에 대한 지원을 대학에 한다. 대학은 또 기업이 요구하는 우수한 인재를 제공한다. 대학과 기업이 함께 도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 이날 구체적인 대학-도시의 상생 방안으로 제시된 '창의 콤플렉스'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메이커스페이스 개념도.(제공=성결대)

■도시-대학 상생 방안은…“젊은이를 잡아라!” = 이어 방준영 성결대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추진TFT팀장(산업경영공학부 교수)이 대학과 도시의 상생 방안 중 하나로 창의·혁신을 위한 ‘창의 콤플렉스(COMPLEX)’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많은 학생들이 이 지역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면 다른 도시로 가더라. 언젠가 교문을 나서면 제자들이 안양 어디선가 한 지역 기업의 사장·과장·대리가 돼 있고 이 곳에서 가정을 꾸려 또 다시 대학에 도움을 주는 시기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양시의 총 인구, 특히 청년인구가 감소하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청년이 될 초등학생 수는 이미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 공공기관의 이전과 구도심이나 시장들의 개발 지연으로 도시 자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방 팀장은 “안양시는 현재 제2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구상한 발전 계획에 따라 여러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 가운데 대학에서 집중할 부분은 바로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사업”이라면서 “창의·혁신을 위한 ‘창의 콤플렉스(COMPLEX)’ 조성을 통해 젊은 인구가 유입, 더욱 활기찬 도시로 변모하는 등 대학과 안양시의 미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창의 콤플렉스는 다음세대의 꿈을 실현하는 미래산업 창조 공간”이라고 그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곳에는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 인더스트리(Industry) 4.0 연구센터, 대학·스타트업 공동기숙사, 홍보·판매샵, 국제교류 지원센터, 유아 보육 센터,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센터, 창업 인큐베이터 등 다양한 기관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메이커스페이스가 중심에 서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메이커스페이스는 사람들이 자원과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가 이 안에서 연결되고 실제로 결과물을 제작하는 물리적 공간이다. 결국 안양시가 추진해야 하는 메이커스페이스는 관·학·산이 함께하는 창의·혁신 허브가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지역 6개 대학에 재학 중인 3만 명의 학생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방 팀장은 “이들이 우수한 인적 자원으로 성장시켜 안양시를 발전시키는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메이커스페이스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미래 창의 인재 교육을 펼치고 취·창업을 돕는 원스톱 창업 지원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커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창의 콤플렉스는 안양시의 도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역 기업, 대학을 발전시키는 기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이 공간을 통해 기업은 최신 기술과 정보의 취득이 가능하며 기업에 필요한 검증된 인적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대학 또한 첨단시설과 장비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대학 재정에 기여하는 한편 대학 경쟁력 제고와 인지도 제고 등 홍보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6개 대학과 안양시, 안양시 내 산업체들은 이번 1차 포럼을 계기로 다양한 구상을 하기로 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임승길 성결대 학술정보처장은 “관·학·산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부지 선정부터 예산 집행 등 구체적인 방안과 실행 계획은 TF팀이 꾸려지고, 그 안에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안양시 미래발전 포럼’은 성결대를 시작으로 공동 주최인 6개 대학이 2개월에 1회씩 순서대로 주관한다. 2회 포럼은 오는 11월 중 안양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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