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 임용기간 유연화 요청 수용…강사 임무 제한·당연퇴직 조항 등 합의 못 해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지난해 말 세 번째 유예된 강사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대학과 강사단체 등이 참여한 ‘대학 강사제도 정책자문위원회’가 7개월간 강사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14차례 비공개 회의를 벌였으나, 최종 개선대책안에 강사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학 강사제도 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남궁근, 이하 자문위원회)’는 지난 8일 오후 2시 교육부 세종청사에서 발표한 대학 강사제도 종합대책(안)에 따르면 강사법의 골자는 유지하되 임용계약기간 예외 조항을 두도록 해 대학의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강사들이 요구했던 △임무범위 △책임수업시수 △당연퇴직 조항 삭제 등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국회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자문위원회가 9일 확정하고 교육부에 건의할 강사법 보완입법안은 지난 7월 20일 주최했던 공청회 때 발표한 시안과 동일하다. 기존 강사법과 같이 강사에게 법적인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기간을 정해 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방송통신대 출석강사 △팀티칭 및 계절학기 수업 담당 강사 △기존 강의자 사정에 따른 대체강사 등 법률에 규정된 경우는 1년 미만의 임용을 허용하고 학칙과 계약에 따르도록 했다.

기존 강사법은 예외 없이 1년 이상 임용하도록 해 강사 임용이 경직되고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일으킨다는 대학가의 우려가 있었다. 대학측 추천 자문위원들은 추가로 실습 위주인 예체능계열 강사 또는 1년 중 한 학기만 강의를 할 경우에도 1년 미만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책자문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사들은 교원으로서 임용기간 중 의사에 반하는 면직·권고사직에 대한 소청심사청구권 보장, 불체포 특권 보장 등 신분이 보장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당연퇴직하도록 했다. 또한 전임교원은 교육과 연구, 학생지도 임무가 있지만 강사들은 교육에 대한 임무만 갖게 된다. 책임시수도 부여되지 않는다. 강사단체는 강사 1인당 최대 5~6시간 책임시수를 부여하고 전임교원은 9시간 이상 수업을 제한할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사 수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른 교원확보율 산정에서 제외된다.

남궁근 정책자문위원장(전 서울과기대 총장)은 이에 대해 “강사단체에서는 전임교원과 같이 연구 및 학생지도 임무를 요구했으나, 자문위원회에서는 이를 인정할 경우 대학에서 임용을 전제로 논문 생산 및 취업지도 등을 주문하는 식의 악용 소지가 있다고 봤다”며 “책임수업시수의 경우 주 1~3시간 강의를 담당하는 시간강사 수도 상당해, 5~6시간으로 규정하면 실직 및 임용 경직성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사임용 자격은 2년 이상 교육·연구 연수를 받아야 하며, 신규채용시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별도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선발해야 한다. 심사절차와 심사위원회(단과대학 및 학과 단위 포함) 구성, 심사위원 임명·위촉 방법 등은 학칙이나 정관에 규정해야 한다. 다만 재임용이거나 대체 강사 임용시 이같은 절차가 생략 가능하도록 했다.

정책자문위원회는 처우수준이 열악한 우수 학문후속세대인 강사들에게 강의료 등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확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15년 기준 강의료 단가는 국공립대 평균 7만300원, 사립대는 5만600원 수준이다.

이미 사립대보다 강의료 단가가 높은 국립대는 내년도에 강의료 수준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정책자문위원회는 강의료 예산 편성 기준을 매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올해 국립대학 강의료는 시간당 8만2800원 수준이며, 교육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3%(33억원)를 인상하는 예산을 반영했다.

그러나 사립대의 경우 정부 예산안에서 빠졌다. 교육부는 △강사 교보재 및 참고서적 구입 △복사 등 교육활동 경비 △문구류 등 실비를 포함하는 ‘강의장려금 지원사업’을 신설해 3년간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약 400억원의 예산을 반영해줄 것을 예산당국에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 단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사립대 강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구조개혁평가 또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 ‘대학운영의 건전성’ 부문에 ‘강사제도 운영’을 검토대상에 포함하도록 건의했다.

재정부담 논쟁이 일었던 4대보험과 관련해서는 월 60시간 미만으로 강의를 하는 강사들이 건강보험을 지역가입에서 직장가입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강사들을 위한 교육준비공간을 제공하고, 주차시설과 도서관, 탁아소 등 학내 시설 이용시 차별하지 않도록 각 대학에 권고하기로 했다.

남궁근 자문위원회 위원장은 “8월 19일까지 8600여 명의 강사들과 대학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학은 강사법 폐기, 강사들은 보완입법안을 지지하는 쪽의 의견이 많았다”며 “시행 유예된 강사법과 달리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책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양대 강사단체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은 이날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별도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보완입법이 필요하지만 실제 도출된 의견은 합의된 것이 아니다”라며 “곧 입장을 표명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요구사항이 담길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전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 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11년 정부입법으로제정된 강사법은 강사를 교원의 지위로 인정하고 학기가 아닌 1년 단위로 계약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를 전담하는 강사에 한해 △공개채용 △재임용 기회 제공 △4대 보험 보장 등 채용요건과 처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현장에서 대학의 부담을 키워 오히려 강사 대량해고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아 지난해 말까지 세 번 유예됐다.

지난해 국회는 교육부에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보완입법안을 8월까지 제출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유예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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