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한국대학신문 주관 국립대총장 서밋 과정을 지켜보는 마음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지난 7일 총장 서밋을 통해 통일한국시대를 대비한 대학교육 혁신 방안, 4차 산업혁명기의 국립대학 역할, 국립대학 주도 지역창조경제 활성화 전략 등 굵직하고 의미 있는 방안이 제시되고, 국립대 당면 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되고 있어서 이번 노력이 국립대학만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 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과거의 이런 유사한 노력이 대부분 1회성으로 그쳐 그 목소리가 허공으로 사라진 경우가 많아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국립대 총장들의 노력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그 결과가 축적되어 국가와 사회가 이를 의미있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여야 한다. 

전문대나 사립대 협의회는 활동에 필요한 조직과 재원, 그리고 인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립대는 총장협의회 회장이 되면 지원 조직이나 예산도 없이 모든 책임을 거의 혼자서 져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국립대는 전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말처럼 필요한 요구를 지속적 하지 못하는 ‘조용한 집단’이 되기 십상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무국을 갖추어야 한다. 대교협의 조직을 개편하여 국립대 업무를 전담하는 팀을 두게 하거나 국립대가 별도의 회비를 모아 회장교에 사무국을 두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사무국 내에 전담직원과 박사급 연구원, 그리고 교수들로 구성된 전문위원(겸임)을 두어 연구와 로비, 그리고 대외홍보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결과를 축적해가야 한다. 또한 총장협의회나 이번과 같은 서밋을 할 때 사무국 관계자와 전문위원들이 필참토록 하여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결과를 축적해가야 한다. 총장들이 바뀌더라도 사무국이 축적된 자료와 실적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야만 국립대학 시스템의 발전과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물론 사무국이 없더라도 국립대 시스템 발전에 헌신하는 총장협의회 회장이 있으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어지기는 어렵다. 교대 총장 시절 교대 정원감축과 대학 통폐합이라는 태풍에 맞서 특별회비도 걷고 총장들이 협력하여 노력한 결과 정부의 교대구조개혁 방향을 180도 전환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총장들이 바뀌면서 그러한 적극적인 대응 체제는 잘 이어지지 못했다.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범사회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필요한 자료 생산하여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미 있는 비판을 적극적 수용하여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립대 경영과 관련한 외부 사회의 비판 중에는 비전문가 경영, 교수독재, 교수채용, 대학 거버넌스 문제 등이 있다. 비전가 경영의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낙후된 조직이 되어 미래를 창조하기가 어렵다. 교수독재를 극복하지 않으면 학내외 다양한 구성원들의 관심과 동참을 유도하기 힘들어진다. 이러한 문제는 개별 대학 차원이 아니라 국립대 시스템 차원에서 뜻을 모을 때 해결하기가 더 쉽다. 국립대들이 미래 지향적인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제에 국립대총장협의회를 사무국을 갖춘 국립대학위원회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총장협의회가 국립대 현안 문제를 공동으로 대처하고 정부, 국회, 그리고 사회를 대상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국립대학위원회로 격상되면 개별대학 총장들도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더욱 자유롭게 대학지성을 대표하는 바른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국립대총장 서밋이 국립대의 미래사회 창조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에 필요한 내부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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