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혁 UNIST 교수팀, ‘빛으로 암 치료’ 원리 규명

▲ 이번 연구를 진행한 UNIST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강주혜 연구원, 임미희 교수, 남정승 연구원, 권태혁 교수, 강명균 연구원, 이현우 교수(사진=UNIST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수술 대신 빛으로 암을 치료하는 원리가 밝혀졌다. 빛에 반응한 물질이 활성산소를 만들어 암세포에 미치는 세부적인 과정과 파장 색깔에 따른 치료 효과도 분석됐다. 향후 빛을 이용한 다양한 질병 치료 연구에 기여할 전망이다.

권태혁·임미희·이현우 UNIST 교수(자연과학) 공동 연구팀이 광감각제(Photo-sensitizer)와 빛을 이용해 암 조직만 골라 파괴하는 광역동 치료(Photodynamic therapy, PDT)에 효과적인 물질을 개발했다. 이리듐을 기반으로 만든 이 물질은 빨간 빛을 활용하는 물질일수록 암세포를 잘 죽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광역동 치료에 적합한 분자 설계뿐 아니라 구체적인 작용원리, 실제 암세포에 적용한 실험 결과까지 총망라해 주목받았다. 이 내용은 화학 분야의 권위적인 저널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JACS)> 9월호에 실렸다.

광감각제는 빛을 받아 활성화되면서 주변의 산소를 활성산소로 만든다. 활성산소는 암세포 등을 공격해 사멸시키므로 암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치료를 광역동 치료라 하는데, 지금까지 구체적인 작용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

권태혁 교수는 “세부적인 원리를 몰랐기 때문에 더 효과적인 광감각제를 설계하기도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활성산소를 잘 만들어내는 분자를 설계하고, 이를 통해 광역동 치료 전반에서 벌어지는 작용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 빛에 반응하는 이리듐 복합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메커니즘.(자료=UNIST 제공)

광감각제는 외부에서 빛(에너지)을 받으면 들뜨는 상태가 된다. 이 물질은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낸다. 이 때 주변 산소가 에너지를 받아 활성산소로 변한다. 에너지를 받아들인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좋아 암세포 등을 공격해 파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산소를 활성산소로 잘 만드는 물질인 ‘이리듐’을 기반으로 몇 가지 광감각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나 녹색 빛보다 파장이 긴 빨간색 빛을 활용하는 물질일수록 활성산소를 더 잘 만들어냈다.

제1저자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남정승 연구원(석·박사통합과정)은 “이번에 개발한 이리듐 복합체는 빛을 받아 활성산소를 활발하게 생성하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했다”며 “파장이 긴 빛이 유리하므로 몸 속 깊이 침투할 수 있는 적외선을 이용한 암세포 제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이리듐 복합체와 빛을 이용한 암세포 사멸 작용기작을 확인하기 위해 이리듐 복합체가 유도할 수 있는 두 가지 형태의 단백질 변형도 조사했다. 단백질 산화(Protein oxidation)과 광교차결합(Photo-cross-linking)이다.

이리듐 복합체와 빛으로 생성된 활성산소는 세포 내 단백질을 산화시키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뭉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암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치료의 효과를 높이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60초만 빛을 쪼여도 세포 내에서 단백질 사이에 교차결합이 이뤄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질량분석법과 세포 이미징을 통해 세포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과 소포체 단백질들이 산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UNIST 치매 연구 과제를 지원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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