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이틀간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1홀에서 진행

43개 전문대학 참여…총 6개 계열 63개 직업콘텐츠
체험부스와 입시부스 온도차…‘대학생’ 동원 논란도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이전보다 다채로웠다. 체험부스 간의 중복 문제도 덜 했다. 다만 방문객 수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22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1홀에서 개막한 ‘2016 전문대학 영남권 엑스포’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이다.

이날 영남권 엑스포에는 43개 전문대학이 참여해 △공학기술계열 △기타계열 △관광레저계열 △의료보건계열 △문화예술계열 △뷰티계열 등 6개 계열 총 63개 직업콘텐츠를 선보였다. 수시 입시철이 한창인 지금 각 전문대학들은 대학별 진학상담관도 마련해 운영했다.

■대학·학과 특성 살린 다양한 체험부스 운영 = 서라벌대학 ‘장례지도사 체험’ 부스에서는 ‘입관 체험’이 한창이었다. “이제 문을 닫겠습니다.” 이내 체험을 진행하는 대학 관계자는 네 귀퉁이에 못을 박는 시늉을 했다. 체험자는 1분도 채 안 돼 문을 두드렸다. 체험을 그만하겠다는 의미다. 문이 열리고 체험자는 “답답했다”며 벌떡 일어섰다.

이 대학 임영숙 교수(장례서비스경영과)는 “입관 체험과 염하는 과정을 직접 해볼 수 있게 준비했다”면서 “사람이 죽기 직전에서부터 땅에 묻거나 화장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 우리 학과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체험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한국승강기대학은 전국 유일의 승강기 특성화 대학답게 ‘승강기엔지니어’ 체험을 준비했다. 체험 학생들은 승강기를 모형으로 직접 조립해보고 부품을 보면서 승강기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외에도 △경남정보대학 신발패션산업과의 ‘슈즈 미니어쳐 만들기’ △문경대학 유아교육과의 ‘다문화 유아교사 체험’ △동의과학대학 약재자원과의 ‘한의사 직업 체험’ △대구보건대학의 보건환경과의 ‘수질관리사 및 대기관리사’ 등 각 학과 특색을 살린 체험들이 마련됐다.

방문객들은 다채로운 체험부스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직접 학교에 참가 신청을 해 방문한 양지원 군(동원중1)도 “직업과 체험거리가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좋다”면서 “이것 저것 직접 체험해보면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고 해당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앞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석고마임·웨딩드레스 등 ‘눈길’ 끌기 전략 = “으악, 진짜 사람이었네!” 한 중학생이 대경대학의 ‘관광 크루즈 승무원 되어보기’ 부스를 지나다가 소리를 지르고 달아났다. 동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금빛으로 칠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박대원 씨(관광크루즈승무원과1)는 무동(無動)의 마임동작을 해 조각상 같이 보이게 하는 퍼포먼스인 ‘석고마임’을 선보였다. 이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같은 대학 양유정 씨(관광크루즈승무원과2)는 “우리 학과를 나오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곳이 다양하다. 크루즈 승무원은 물론 F&B(food and beverage)나 엔터테인먼트, 강사 쪽으로도 진로를 정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예를 보여주기 위해 석고마임과 키다리아저씨 등 다양하게 준비했다. 확실히 다른 부스보다 눈길은 더 많이 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부 대학에서는 학과의 특징을 내세운 차별화된 복장이나 퍼포먼스로 일단 방문객들의 시선을 잡고 체험활동으로 자연히 끌어들였다.

‘웨딩플래너’ 체험부스를 운영한 한 전문대학 학생들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홍보했다.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을 가진 여중생, 여고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 여중생은 “웨딩드레스가 예뻐서 관심을 갖고 구경하러 왔다가 체험도 재밌어 보여 하게 됐다”고 했다.

백설공주 복장을 한 학생도 방문객들이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차경화 부산여자대학 교수(유아보육계열 유아영어전공)는 “우리학과에서는 대학 축제 때마다 항상 백설공주와 난쟁이로 버전만 조금씩 다르게 해서 영어동극을 올린다”면서 “어차피 백설공주 의상은 있으니 이를 입고 (방문객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주면서 자연스레 체험부스로 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입시부스엔 ‘파리’…체험부스엔 ‘대학생’이? = 방문객 중에는 이번 학기부터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중학교를 중심으로 방문한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체험부스와 입시부스의 온도 차는 현저히 컸다.

‘천연 화장품 만들기’ 체험부스를 운영한 울산과학대학은 엑스포가 끝나기도 전에 준비해온 재료가 동이 나기도 했다. 동원과학기술대학 관계자도 “오늘 하루 방문객이 500명 이상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부스에서는 10명만 넘어도 선방한 분위기다. A전문대학 관계자는 “고등학생의 엑스포장 방문 자체가 저조한데 입시부스에 찾아오는 학생이 많겠냐”면서 “오늘 10명 정도 와서 상담 받고 갔다. 대부분의 부스에서는 한 두 명 정도 상담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이 수시 원서 접수기간이라 대학에서 가장 바쁜 시즌이다. 보통 인적자원의 한계가 있는 전문대학에서 그쪽에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고 이런 행사에 나오는 건 사실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일정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B전문대학 관계자는 “평일이라 고등학생들이 오기에 힘든 점도 있겠지만 29일이면 원서접수 마감인데 엑스포 일정을 앞으로 당겨 했더라면 지금보단 효과가 더 있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동선과 부스 운영을 꼽았다. C전문대학 관계자는 “입시부스가 한쪽 구석에 방처럼 조성돼 있어 학생들이 들어오는 입구를 찾기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면서 “차라리 아예 터서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거나 체험하다가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입시부스로 안내해 상담받을 수 있도록 체험부스와 입시부스를 함께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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