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 정부재정지원사업 폐지‘ ’국립대 법제화 및 고등교육재정교부법제정‘ ’교과과정 공동개발운영’ ‘국립대 인재인증제도입’ ‘각자도생 아닌 협력만이 살길’….

22일 본지가 주최한 국립대 프레지던트 서밋에서는 미래사회발전에 대비한 국립대 역할에 대해 정부가 경청하고 수용해야할 만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4차산업혁명시대는 도래했는데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대학, 특히 국립대의 혁신속도는 너무나 더디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감도 표출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전남대 지병문 총장은 "정부가 국립대의 존재이유를 망각한 것 같다"며 "지금 같은 방식의 정부재정사업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립대도 줄곧 해왔지만 국립대 총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얼마나 정부의 정부재정지원사업이 비현실적이고 가성비가 없었으면 이럴까 짐작이 간다.
 
이화여대 사태를 빚은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만 해도 그렇다. 도입취지는 좋았지만 정부가 자기들의 생각과 스케줄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의 톱다운 정책을 쓰니 부작용이 생겼고 결국 이번 수시모집에 9개 대학 중 7개 대학이 미달되는 사태를 빚었다. 요즘 세태에 대학 수시모집에 미달이라니 정책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 될 것이다.
 
국립대에 대한 경쟁력제고를 위해 대통령령인 국립학교 설치령을 국립대 법제화하고 고등교육재정교부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도 경청할 만하다. 정부의 대학에 대한 지원규모는 2015년 기준 약 8조원으로 장학금과 정부재정지원사업을 통해 국립대, 사립대 구분없이 집행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에는 고등교육에산의 61%를 지원받던 국립대가 2015년에는 29%밖에 지원받지 못하게 되니 국립대 법제화와 고등교육재정교부법 제정이 논의되는 것이다.
 
최근 취업ㆍ 창업 대비가 대학교육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정부 사업이 프라임사업 처럼 공대 활성화 위주로 간다면 인성교육, 기초교육이 부실해 지는 것은 자명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초교육과정을 공동개발 운영하자는 안도 당장 수용해서 시행해야 할 사안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국립대가 힘을 합쳐 우수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를 대학이 보증하는 국립대 인재 인증제도입도 신선한 아이디어다. 소위 SKY대학이나 학생선호 상위권 대학을 굳이 나오지 않더라도 국립대가 연합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기준에 따라 공동인증제를 시행하면 창의력있고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 배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밋 말미에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인 태범석 한경대 총장이 너나 할 것이 마음을 열고 힘을 합쳐 혁신에 임하지고 역설했는데 백번 공감한다. 정부도, 학교도, 교수와 직원, 학생들도 모두 위기를 기회로 삼아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자는 것이다.
 
정책소비자와 소통없이 공급자의 생각만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것은 개발독재시대에나 가능하던 정책수행방식이다. 정부도 마음을 열고 서밋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경청하고 수용할 것은 해야 한다. 서밋에서 논의된 내용은 국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등교육 전반에 걸친 거대 담론적 논의다.
 
톱 다운 방식의 정책은 이미 옛 버전이다. 세상이 변했는데 아직도 위에서 하라면 하라는 식의 정책을 편다면 실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수용할 것은 과감히 수용해야 국가백년지대계가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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