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조성·전문인력 부족

▲ 최근 무분별한 소프트웨어(SW)도입이 대학가에 사교육시장 형성 및 교육 전문성 저하 등의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미래부에서 SW중심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한 SW특기자전형 도입 간담회 모습.(사진=국민대)

[한국대학신문 최상혁 기자] 대학들이 ‘소프트웨어(SW) 인재양성’을 간판으로 내세우며 SW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다. SW교육 도입이 자칫 사교육시장 조성 및 교육 전문성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W교육은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 분야다. 대학들은 관련 SW기업과 업무 협약 및 교육과정을 개설하며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정부 역시 SW의 중요성을 인지해 최근 고려대·KAIST·국민대 등 전국 14개 중심대학 내 SW특기자전형 입시제도 도입·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SW의 무분별한 도입이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실제로 미래부가 지난 8월 SW특기자전형 제도를 발표한 이후 입시 학원가에는 한 달 새 'SW특기자전형반‘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학원들은 ’SW특기자 양성‘을 간판으로 내세우며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C언어·자료구조·코딩 등 SW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특기자전형을 통한 대학 입시를 명목으로 예비 수험생을 유인하며 한 달 평균 20만~30만원의 학원비를 요구했다.

특기자전형반 학원비가 월 30만원인 경상북도 소재 A정보처리학원 원장은 “SW교육은 관련 전문 장비 및 프로그램으로 인해 학교나 가정에서 교육하기가 매우 어려운 콘텐츠”라며 “학원가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관련 반을 개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대학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국장은 “SW와 같이 전문 지식 및 장비를 요구하는 분야는 독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당연히 사교육시장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교육정상화라면서 학생들의 평등을 주장하던 정부의 정책과는 다르게 결국 돈으로 교육받은 학생만이 선별되는 상황을 조장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대학 내 SW전문교육자 부족 역시 문제다.

현재 대학들은 SW전문기업과 공동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미래부는 SW특기자전형 선발인원을 내년 38명에서 2018년 410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SW교육프로그램 운영과 SW특기자 신입생을 위한 전문 교육자를 양성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SW중심대학에 선정돼 내년부터 SW특기자전형을 모집하는 B대학 한 교수는 “우리 대학이 공대로 유명하지만 SW교육은 마땅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근 1년 사이에 SW교육이 부각되면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는 했지만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서울에 위치한 C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대학 한 교수는 “우리 대학이 SW중심대학은 아니지만 향후 추가 선정을 기다리며 SW교육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문지식을 가진 교수들이 많지 않다”며 “정부의 기조에 맞게 SW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하려면 대학 차원에서도 체계적인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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