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파장…취업계로 촉발된 ‘대학의 본질’ 딜레마 대학가 강타

교육부 학칙개정 안내에도 ‘조기취업자 특혜’ 여론 대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소위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방지법)이 28일부로 시행된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교육이 먼저냐 취업이 먼저냐’를 두고 취업계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뜨겁다.

시행 하루 전날 교육부가 각 대학에 학칙 개정을 통해 조기취업 대학생의 학점을 인정할 수 있다는 안내 공문을 내보냈고 많은 대학들이 학칙 개정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취업계 학점 인정에 부정적인 의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미출석 취업학생 학점인정 방법에 대한 의견수렴’에 응답한 4년제 대학 42교, 전문대학 36교(복수응답 인정) 중 36개 대학은 학칙을 개정해 출석 기준을 완화하겠다 고, 28개 대학은 원격강의와 주말·야간 수업 등으로 대체수업을 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13개 대학은 기업 등에 채용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와 강원도와 경북의 전문대 2곳 등 3개 학교는 취업계 제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들은 조기 취업자에 대한 학점 인정이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론 일각에서도 대학들이 조기취업자의 취업계를 인정한다면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격이라는 지적을 제기하면서 대학의 본질까지 논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지난 1일 선제적으로 학칙을 개정한 인제대는 교육 원칙도 중요하지만 취업난과 기업에서 호소하는 인력난이 심각한 현실을 감안할 때 학칙 개정이 최선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종협 인제대 교무처장은 “수도권 및 국립대 등 취업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대학은 몰라도 지역 대학에서는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이 많고, 기업 역시 채용 후 업무 개시일을 늦춰줄 만큼 상황이 여유롭지도 않은 게 현실”이라며 “당장 김영란법에 구애받아 졸업을 포기하게 될 소지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학칙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1985년 학점 부여와 관련해 교수에게 재량권을 둔 반면, 대부분의 대학은 학칙에 ‘매학기 전체 수업의 4분의 1을 초과해 결석한 경우 F학점을 받게 된다.’등의 출석에 따른 성적관리 규정을 두고 있다. 학칙개정 없이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그동안 관행으로 인정되던 ‘취업계’가 청탁을 받은 대상, 즉 해당 교수가 2년 이하의 징역 및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학칙 개정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회장 김삼수 영남대 교무처장)가 오는 10월 5일 협의회를 긴급 소집해 최대한 많은 대학 사례를 취합 논의하는 만큼, 학칙을 개정할 대학 규모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협의회는 이날 보다 통일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김삼수 교무처장협의회장은 “수업을 충실히 듣는 학생들에게 역차별이 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면서 “마지막 학기에 전공수업을 7주(한 학기 평균 15주) 만에 몰입해 끝내는 방안,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는 방안, 기업체들이 졸업예정자 합격자는 12월 이후 채용하도록 MOU를 맺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번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교육부에 △학칙 개정을 통해 학점부여 예외사항에 조기취업자를 추가 △수업일수를 매학년도 30주이상으로 한다’로 명시돼 있는 부분을 개정해 대학 수업의 집중수업(이수)을 허용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온라인 강의를 활용한 학점 인정 △취업을 현장실습 학점으로 인정 △정부·기업체·대학간 협력(MOU 체결 등)을 통해 취업한 학생들의 근무개시 시점 조정 등을 개선방안으로 건의했다.

학칙 개정은 당장 피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다른 네 가지 경우는 교육의 원칙을 세우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안이었다는 게 대교협 측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이 중 첫 번째 방안만을 채택해 27일 각 대학에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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