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국립대 최초 보직자 공개 모집 추천 2학기부터 실시 중
시행 초기, 교수 알력다툼 ‘우려’…‘투명성’ 관건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윤여표 충북대 총장이 전국 사립대와 국립대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인사 실험’에 나섰다.

연세대는 내년 2학기부터 중앙집권 식 경영대신 많은 권한을 단과대학에 이양하겠다고 밝혔고, 앞서 충북대는 올해 2학기부터 보직자를 공개 모집해 추천 방식으로 선발, 임명했다. 이는 대학 간의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른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본지 취재결과 이러한 인사개혁은 아직까지 두 대학 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 됐다. 이호근 연세대 교무처장은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대학도 변해야 산다”면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부 인사개혁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 김용학 연세대 총장

■ 연세대의 실험, 단과대에게 ‘자율권’을 = 김용학 총장이 ‘미들 업다운(middle up-down)’ 정책을 실천하는 것일까. 연세대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사, 예산 정책을 개별 단과대에 맡기기로 했다. 우선순위는 경영대학과 공과대학이다. 이에 따라 교수들의 승진·재임용 등 인사평가가 단과대에서 자체 내규를 정해 개별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대학 측은 논문 수보다 질적인 우수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교수 업적을 평가하도록 단과대에 주문했다.

이호근 연세대 교무처장은 “지금까지 ‘학술지에 몇 편의 논문을 올렸느냐’ 등 양적인 평가를 주로 했다”며 “앞으로는 한 편의 논문을 써도 내용이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면 승진 때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홍대식 연세대 공대학장은 “예산의 범위와 인사권이 자율적으로 주어지니 공과대학 입장에서는 환영”이라며 “최근에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단과대 독립 운영체제를 구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처장은 인사 개편의 방향으로 △연구성과의 질적 수월성 제고 △분권화,자율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 △업적평가 시스템의 예측가능성 제고 등 네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특히 본부 측이 강조한 부분은 '분권화·자율화' 다. 앞으로 연세대는 각 학과에 동료 교수에 대한 인사권을 전격 위임하고 본부는 최종 단계에서 절차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이를 위해 각 학과에서는 스스로를 평가할 기준을 제출하고 본부의 검토를 받는다.

학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은 서구 대학의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호근 처장은 “미국 예일대 문리대학(Arts and Science)은 교수 임용과 승진에 있어서 해당 분야의 세계최상위 리더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소유하였는지, 그리고 학자로서 업적과 유망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교수 인사는 학과 차원에서 결정된다. 예일대 교수 임용은 정년보장교수직 임용·승진 위원회(Tenure Appointment and Promotions Committee)에 의해 검토된다. 학부 학과장 혹은 대학원 학과장과 교무처장의 주도아래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임용, 승진과정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 윤여표 충북대 총장

■ 총장 측근 보직 임명 관례 깬, 충북대 =앞서 비슷한 방식으로 윤여표 충북대 총장이 인사 개혁을 올해 시작했다. 주요 보직 교수를 공모와 추천으로 뽑는 ‘보직 임명제도 개선’이 뼈대다. 보직 교수는 지금까지는 인사권자인 총장이 측근을 임명하는 게 관행이었다.

충북대는 부총장을 겸직하는 대학원장을 포함해 입학본부장, 국제교류본부장, 박물관장, 교무부처장 등 20개 보직 교수를 공모, 추천해 선발했다. 이들 새 보직 교수들은 9월 1일자로 임용돼 2018년 8월까지 윤 총장과 임기 후반기를 함께한다.

박경애 충북대 총장 비서실장은 “윤 총장이 총장 선거 논공행상식 보직 임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공모·추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숨은 전문가를 발굴해 학교 발전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뜻도 있다. 효과가 좋으면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할 방침”고 말했다.

공모·추천 등 임용 형식 개선에서 그치지 않고 임용 방식도 혁신했다.

윤 총장은 교수들이 낸 공모 지원서나 보직 추천서 등 서류 평가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심사한 뒤 복수 후보자를 뽑아 면접 등을 거쳐 최종 선발했다. 평가위원회는 학교의 주요 보직 교수 등 5명 안팎이 참여하고, 면접에는 평가위원과 총장이 함께 다면평가를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윤 총장의 보직 임용제도 개선 추진은 지난 2008~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내는 등 외부 기관 근무 경력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모제로 새로 선발된 오기완 대외협력연구부총장(대학원장 겸직)은 “지금까지는 총장님이 임명하셨는데, 이번에는 많은 여론을 듣고 의견이 담긴 민주적인 표로 뽑혀서 책임감과 어깨가 한층 더 무겁다. 충북대 구성원의 뜻을 잘 귀담아 듣고 맡은바 소임을 더 잘 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윤여표 총장은 "거창한 혁신적인 내용이 아니다. 단지 총장의 보직자 임명권한을 내려놓고 학교 운영의 최적임자를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임용하려 한 것뿐이다. 총장이 보직자를 직접 임명하는 방식이 대학사회에 일반화돼 있다. 학교 발전에 헌신할 역량 있는 교수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내고자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 시행착오 잘 이겨내야…관건은 ‘투명성’ = 국내에서 최초로 한 인사혁신인 만큼 시행착오도 잘 이겨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길수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 맞다. 새롭게 만들어질 평가기준에 대한 교수들의 기대가 크다”면서도 “아직 시행단계니까 지켜봐야한다. 과연 연세대 단과대학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또한 이기주의로 학맥에 의한 인사가 일어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혀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역시 “연세대는 교수인사권을 학과로 전격 위임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학맥, 인맥이 강하게 형성돼 있어서 교수들의 알력 다툼이 우려 된다”면서 “인사개혁을 한 것은 좋으나 보직자, 교수를 선임하는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개혁’된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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