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고교 한 목소리 "일반고 역량 강화 선행돼야"

▲ 지난 2일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1인 시위에 참여한 구은정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사교육대책TF를 거쳐 발의된 후 소관위에 접수된 상태다.(사진=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입시 과정에서 출신 고교명 기입을 삭제하는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이 발의되면서 고교는 대학이 고교를 유추해 특목고·자사고 학생만 선발하는 악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오히려 일반고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어 일반고 역량 강화를 주장했다.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출신학교차별금지법)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상급학교 입시와 채용 시장에서 출신학교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해 학벌·사교육을 철폐하고자 지난 4월부터 입법 청원 운동을 실시한 법안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7월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으며 이에 더불어민주당 사교육대책TF를 거쳐 오영훈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제13조 1항에 '입학전형자료에 출신학교 및 응시자의 주소 기재를 요구하거나 출신학교와 관련된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 2항에 '출신학교에 대한 내용의 질문을 하는 등 입학전형절차에서 출신학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등을 금지한다고 명시했으며 제24조 1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게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있다.

고교에서는 환영의 입장을 내비쳤다. 진해여고 김종승 교사는 "입시과정에서 1차적으로 장벽이 없어지는 것이라 고교에서는 환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법안이 특목고·자사고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고등학생들이 참가한 봉사활동과 축제, 학생부에 기재된 교과과정 및 동아리 등을 살펴보면 지역과 출신고교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고교명이 명시돼있지 않아 특목고·자사고 학생들만 골라서 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한 진로진학 교사는 “대학들이 (출신고교가 어딘지)알려고 하면 다 안다”며 “특목고·자사고라는 우수학생 선발 풍토가 남아있는 한 이 법안은 의미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학가에서는 법안 내용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당장 실행할 경우 일반고가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체 입시 정원 선발 전형 중 23.6%를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비교과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큰데 일반고와 특목고·자사고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명채 대학입학실장은 "교과과정과 비교과 활동에 차이가 있음에도 그동안 대학들은 일반고임을 감안하고 학생들을 모집해왔다"며 "큰 틀에서는 법안에 동의하지만 오히려 일반고 역차별이 우려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력차별 철폐와 사교육 감소라는 법안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해 특목고·자사고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을 한다. 오성근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은 "법안 취지를 살리려면 일반고 역량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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