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지자체 신산업 육성의 첨병 … 연구개발·연합기숙사 등 지자체 팔 걷어야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 기자] 전라남·북도와 광주광역시가 포함된 호남은 전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열악한 지역 중 하나다.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재원에 대한 자주재원, 즉 지역내 세금수입의 비율인 재정자립도는 대강의 지자체 살림살이를 비교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지난 2014년 결산 기준으로 호남권 광역지자체 중 전라남·북도 두 곳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27.13%와 29.38%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중 나란히 16위와 17위를 기록했다. 광주광역시는 49.58%로 선방했지만, 광역시 중에선 가장 낮았다. 참고로 2014년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51.9%다.

이들 지역은 인구도 적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광주광역시는 15위, 전라남·북도는 각각 10위와 11위로 중하위권에 속한다. 201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147만 2199명 △전라남도 190만 8996명 △전라북도 186만 9711명 등 세 곳을 모두 합쳐도 525만 906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고령인구비율마저 전라남도 20.53%(17위), 전라북도 17.84%(16위)로 나란히 최하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광주광역시는 11.30%로 6위다.

이처럼 적은 인구에 고령자비율이 높고, 재정자립도도 낮은 호남권은 경제발전과 지역사회 유지를 위해 큰 부분을 대학에 기대고 있다. 호남지역에서 대학은 단순한 고등교육기관을 넘어 가장 젊은 인구가 몰려있고 또 고도의 경제력이 집약돼 있는 산업기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지자체가 대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학 역시 지역경쟁력과 국제경쟁력을 함께 발전시킨다는 ‘글로컬’ 전략으로 선회함에 따라 호남권에서 지자체와 대학의 결합이 주목받고 있다.

▲ 지난 2014년 전라남도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공사의 전경.

■ 3개 시·도 장밋빛 신산업에 기대감…대학의 도움이 절실 =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이 가장 먼저 시도된 것은 지역산업발전전략에서다.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견산업체를 발굴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면 대학이 이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개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식이다. 특히 대학은 지역산업의 인프라 구축과 신산업 발전전략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연구력과 인력을 제공한다.

먼저 호남권의 중심산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주광역시의 지역주력육성산업으로 △스마트가전 △복합금형 △생체의료용소재부품 △초정밀생산가공시스템 △디자인산업 등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광주광역시의 효자산업 역할을 한 것은 금형산업이다. 광주광역시 금형산업은 2012년 생산액 2조 2926억원을 기록했고 종사자도 8899명에 달하는 등 대표적 먹거리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형산업의 수출전망이 어두워지고 생산액도 점차 감소하는 등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이 때문에 광주광역시는 최근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사업 등을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전라북도는 농생명·융복합소재 산업 중심의 대표산업 구조고도화를 비전으로 삼았다. 산자부는 2015년 말까지 종사자수 7만2571명, 생산액 32조 9000억원, 부가가치증가율 9%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지역은 △기계부품산업 △건강기능식품산업 △해양설비기자재산업 △경량소재성형산업 △복합섬유소재산업을 띄우고 있다. 특히 군산시에 소재한 군산대 등 해양설비에 전문성을 갖춘 대학들이 있어 해양설비기자재산업이 오랫동안 경제를 이끌어 왔다. 또 최근에는 탄소산업과 쥬얼리가공산업 등이 새롭게 전북지역의 먹거리로 등장했다. 인근 대학들 역시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관련 인재를 육성해 지역사회에 배출하려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라남도다. 지역특성상 광주인근을 중심으로 한 전라남도의 전통적인 경제지구와 목포시 등을 중심으로 한 해양관련 경제지구로 구분된다. 전라남도청이 목포 인근 남악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경제지구가 형성되고 있다. 산자부는 이 지역의 고령인구비율이 전국적으로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해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 건설’을 지역산업발전 비전으로 선정했다. 이 지역의 주력육성산업은 △금속소재가공산업 △바이오식품산업 △성규화학기반 고분자소재산업 △에너지설비산업 등 4개 산업이다. 나주시 인근에 조성된 광주전남 혁신도시와 이 곳에 이전한 한전이 역시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지역이다.

■ 지역 도울 채비 마친 대학가 ‘연구개발·외국인 유학생’ 발목 잡혀 = 호남지역 대학들은 지자체의 주력육성산업에 맞춰 발빠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광주광역시내 대학들은 광주광역시의 지원 아래 설립된 ‘테크노파크’에서 상시적으로 지자체와 기업의 요구를 수렴해 대학을 변화시키고 있다. 조선이공대학의 경우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공대의 강점을 활용해 광주광역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에 뛰어들었다. 금형산업을 비롯해 각종 가공산업 등이 망라된 자동차 산업의 경우 인근 대학과 매칭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수의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게 광주광역시의 생각이다. 용접분야를 주로 담당하게 될 조선이공대학은 당초 조선해양분야 생산인력을 주로 배출 했으나 용접 자체가 범용성이 높아 자동차 산업에도 손쉽게 유입되고 있다.

주얼리 가공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전라북도의 경우도 대학들, 특히 전문대학들의 대응이 눈에 띈다. 새롭게 학과를 개설하거나 교육내용을 개편하는 등 지역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 최근 지역의 신산업 육성을 위해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재정이 열악한 지역대학의 특성상 신산업 육성 청사진부터 지역 중견기업의 애로기술 해소에 이르까지 지자체의 연구비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들 대학의 노력만으로 해결 될 수 없는 문제도 산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연구개발비다. 지역신산업 육성을 돕기 위해 체제를 개편하더라도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비용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재정이 열악한 지역대학들로서는 지자체 신산업 육성 청사진부터 지역 중견기업의 애로기술 해소에 이르기까지 지자체의 연구비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한수 전북과학대학 산학협력단장은 “도내 대학에서 연구개발할 수 있는 연구용역임에도 불구하고 타지역에서 수주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지역대학보다 우선 도내 대학과의 연구용역 등 사업량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자체의 대학에 대한 연구용역은 각 부처별로 필요에 따라 매칭되는 형태가 많았다. 대학과의 연구용역을 총괄하거나 일목요연한 통계자료를 작성하는 지자체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지자체 입장에서 대학은 전통적인 ‘전문가집단’으로 인식돼 시의 산업발전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와 수주를 구조화하는 노력은 최근에서야 시작됐다. 조직 내에 산학협력팀을 두고 있는 전라남도청 역시 부처의 필요에 따라 공모사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고 중점사업이라는 에너지관련 연구용역은 에너지사업과가, 중소기업 애로기술 해소를 위한 연구용역은 산학협력팀이 나눠서 맡고 있었다. 대학 관계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최근 들어서야 활성화된 형편이다. 이규훈 광주대 산학협력단장은 “지역대학의 연구 패러다임을 지역의 중소기업에 맞춘 ‘풀뿌리 연구개발’로 전환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지자체의 연구개발비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대학들은 또 신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육성을 위해 연합기숙사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형과 주얼리 등 지역산업들이 주로 3D업종으로 구성돼 있어 이를 뒷받침할 노동인력으로 외국인 유학생 등이 많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역사회에 정착시키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함께 지자체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게 대학의 설명이다. 우병훈 전주비전대학 기획처장은 “지역 대학들 내에서 해외유학생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숙사 건립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다. 3D 업종이나 뿌리산업 등 외국인 노동인력이 더 필요한 분야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로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자원이 감소하는 데 따른 대응전략이기도 하다. 대학이 이들을 유치해 교육을 시키되 거주부담 등은 지자체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게 서로 상승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 대학 의견 수렴한 지자체의 새로운 대학지원·협력 강구돼야 = 그러나 지자체는 이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호남권 지자체 중 가장 대학에 전폭적인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는 광주광역시 역시 “연합기숙사에 대해선 고민해본 바 없다”면서 “현 부서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송진규 전남대 연구처장은 “과거에 비해 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과거에는 시행정에 전문가 일부를 알음알음 소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지역의 중견산업체가 부족해 어려움은 크다. 시가 앞장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대학이 이를 뒷받침할 신산업 구축 인프라 등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도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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