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 기자] 지역의 대학이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는 영역은 또 있다. 대학의 본령인 연구와 학문이다. 경제와 인구가 수도권, 특히 서울에 집중되면서 쇠락하기 시작한 지역의 학풍은 현재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졌다. 한때 저항적인 학풍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호남권의 대학문화나 학풍은 그 모습을 찾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지역대학은 외형적인 자립과 생존만큼이나 대학의 존재가치인 지역학문의 부활을 위해 지자체의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호남학은 호남지역의 역사와 지리, 문화, 생활상 등을 총체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전남대는 호남학연구원을 설립해 호남학을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각종 사료를 수집함과 동시에 학술지를 발간하고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지역학 부활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 뿐만 아니라 전북대에서는 전주학을 연구하고 있다. 전주의 한옥문화 등 전주지역만의 특색 있는 생활상과 판소리문화 등을 되살리고 보존하는 게 지역학의 일차적인 목표다. 이 같은 지역학문은 주류의 해석에 독점당한 학문의 획일성을 견제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유철중 전북대 교무처장은 “현재 전북대는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를 지난해 개소해 조선 4대 서고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주서고의 조선왕조실록 목판본을 수장하고 있다. 또 이 지역의 문화와 유서깊은 문중의 사문서를 모아 소장해 연구하는 등 지역의 생활상과 역사,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각종 교양강의 등을 통해 지역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거나 문화재를 탐방하는 교양강의도 다양하게 개설되고 있다. 지역대학들은 이런 지역학의 부활을 위해 지자체가 연구비를 지원하고 지역문화 체험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제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런 지역학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유철 교무처장은 “대학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몰입하다보니 대학의 고유의 색이 없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지역과 대학마다의 학풍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런 연구를 활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서 연구지원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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