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권 가이드라인, 총신대 성 소수자 모임 두고 개신교계 반발

▲ 대학성소수자모임 연대(QUV)에는 8월 기준 총 50개 대학의 성 소수자 인권 모임이 참여하고 있다.(출처: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대학가 성 소수자 인권 운동과 개신교계의 반(反) 동성애 주장으로 ‘호모포비아’ 갈등이 가시화 되고 있다. 각 대학별로 성 소수자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모임이 생겨나고 성 소수자 차별을 제재하는 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개신교계 학생과 교수, 일부 종교계대학에서는 대학본부까지 나서서 차별을 조장해 논란이다.

지난달 7일 열린 서울대 하반기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서울대학교 인권 가이드라인'(이하 인권 가이드라인)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다.

인권 가이드라인은 서울대 학생과 교직원, 연구원 등 전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성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종교, 장애 등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안이다. 권리에는 건강, 가족생활, 개인정보보호, 표현과 결사 집회의 자유, 교육, 연구, 노동, 학생자치 등이 포함됐다.

인권 가이드라인에서는 개인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등의 행위를 ‘혐오 폭력 및 증오범죄’, ‘차별선동’ 행위로 간주, 금지한다. 서울대 인권센터의 자문을 거쳐 마련된 이 인권 가이드라인은 이달 중 대학 본부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모든 인권을 보호하고 차별을 제지하기 위한 시도임에도 서울대 내 일부 기독교 모임은 반발하고 나섰다. 바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차별 금지 조항과 종교 강요 금지 조항에 대해서다. 이 대학 기독교수협의회와 기독교총동문회는 지난달 28일 인권가이드라인을 주제로 베리타스포럼까지 열고 “동성애 반대에 대한 학문 및 사상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며 인권가이드라인 제정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인권센터 측은 “인권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의견들을 인지하고 있으며, 확정되는 대로 총학생회와 학내 합의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개신교계 대학은 갈등이 더 노골적이다. 대표적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법인의 종합 사립대인 총신대는 최근 학칙을 근거로 동성애자 또는 동성애 지지자를 제적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됐다. 학교법인에서 지난 6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학내 성 소수자 모임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대학에 보내고, 대학원생이 동성애를 했다는 이유로 퇴학 조치를 한 사례가 알려지는 등 대학에서 성 소수자 학생들을 제도적으로 차별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러나 현재 총신대 학칙에 제재할 조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총신대가 인용하는 학칙 조항은 제 30조 1항에서 ‘학교법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신대학교 정관 제 1조에 기초한 본 교단의 신앙과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자’를 제적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총신대는 성경에서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익명의 개신교 교단대학의 한 교수는 “해외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에 동성애자 신부가 커밍아웃(스스로 성 소수자임을 공개하는 것)하거나 목회자를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 침해라는 지적과 종교계 대학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충되고 있다. 인권 침해라고 보는 측은 헌법이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만큼 총신대의 이 같은 학칙 해석은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학 자율성을 과대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밖에도 대학본부가 나서서 조장하지 않더라도 개신교계 대학에서도 성 소수자 모임 행사를 금지하는가 하면 동성애 반대 모임이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대학가 호모포비아·성 소수자 차별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이에 대해 “대학 내 호모포비아 논쟁은 젊은 세대의 인권 감수성이 성장한 데 반해 윗세대가 대응하지 못하는 세대 간 갈등인 동시에 최근 사회경제 침체로 커지는 혐오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총신대 논란에 대해서는 “종교계 대학이더라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소수자를 부정하고 차별한다면 종교적 억압으로 해석될 우려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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