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헌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工學 과외 받으러 학원가는 한국 工大生’

최근 모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한 기사다. 공과대학 수업이 대부분 이론수업에 치중, 공대생들이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공학실무를 배우기 위해 방학이면 학원에 간다는 것이다. 기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두 달짜리 특강이 90만원, 4개월 특강은 3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또한 산업현장에서는 이공계 출신 인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전문성 부족'을 꼽았으며 “대학교육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기술 동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학교육의 산업 현장과의 괴리에 대한 지적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대학교육의 산업 현장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물리적, 인적 연계성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대학교육에 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더불어 산업체의 열린 생각과 개방이 필요하다. 기업과 대학 모두 대학의 인재양성에 있어 기업의 역할로 현장실습을 통한 현장교육 제공을 지적하고 있으며,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산학협력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현장실습이다. 2015년 기준 현장실습에 참여한 대학생은 15만 3313명, 기업체는 9만 3170곳(중복 포함)으로 매우 큰 규모이지만, 실습비를 수령한 학생은 3만 9875명으로 26%에 불과했고(2016 국정감사 자료), 대부분 1달 정도의 짧은 실습기간, 전공과 무관한 단순작업 등 형식적 운영 등으로 현장실습 제도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열정페이’ 및 안전 문제 등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진 외국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코업 (cooperative education program, co-op)과 유사한 체계적인 운영인프라에 기반한 최소 4개월 이상, 전공직무중심, 유급의 장기현장실습 제도를 제안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의 경우 2012년부터 코업을 벤치마킹한 장기현장실습 제도를 설계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1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230여개의 기업체에서 장기현장실습을 수행했으며, 모든 학생이 기업으로부터 월 평균 100만원 수준의 실습수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장기현장실습 참여학생의 취업률은 비참여학생의 취업률보다 10.1% 높은 89.5%의 취업률을 보였다.

이 제도를 통해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조기 발굴해 채용할 수 있으며, 채용 후에도 직무교육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학생은 전공분야 실무경험을 통해 전공직무 역량 및 취업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고, 적성파악 및 진로선택도 명확히 할 수 있다. 또한 기업체와 대학으로 받은 수당으로 다음 학기 학비를 마련하는 등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요즈음 중학생들도 한 학기 자유학기제를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 및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는데, 정작 대학 졸업생들은 사회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제한된 정보에 의해 진로 및 직장을 선택하다보니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로 인한 입사 후 1년 이내 퇴사자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높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재학 중 전공분야 직무경험을 통해 자신의 끼와 적성을 파악할 기회를 갖는 건 매우 의미가 있다.

실효성 있는 장기현장실습 제도의 정착 및 운영을 위해 우선 기업의 열린 자세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우수한 인재를 공급받는 기업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학생들의 직무에 대한 명확한 정의 및 사전준비, 안전대책 및 멘토 교육지도 등 체계적인 학생관리 방안 마련, 학생에 대한 최저임금 이상의 수당지급 및 대학 담당센터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은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고 학생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체계적인 학사제도 설계와 함께 현장실습센터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며, 다양한 성과평가 자료를 분석하여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시켜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리고 학생은 제도 참가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 분명한 목표 수립, 성실한 실습 진행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현장실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이를 통해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설계하고 사회 진출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장기현장실습 제도가 대학교육과 산업현장과의 미스매치 해결 및 현장중심의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新산학협력교육 모델로 정립, 확산되길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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