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빚은 파국…학생·교수 등 돌려

평단사태부터 ‘비선 특혜 의혹’ 입시 부정까지

▲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관 이삼봉홀에서 열린 '최순실 딸 특혜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손현경 기자>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학내 구성원들과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 추진으로 갈등을 빚은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현 정권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 딸 특혜입학 의혹 논란 끝에 19일 사임했다.

80여일 계속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과 사퇴 요구에도 굴하지 않았지만 130년 개교 역사상 교수들까지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하자 결국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의 발단은 올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화여대는 교육부가 30억원을 지원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선정돼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런 사실은 학생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나중에야 언론 보도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사실을 안 학생들은 최 총장의 '불통'을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존 학생과 신입생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고, 학교가 '학위 장사'를 하려 든다는 것이 학생들 주장이었다.

7월28일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폐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했다.

학교 측은 교수와 교직원들이 감금됐다며 경찰력 투입을 요청, 경찰의 학내 진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학교 측은 8월3일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철회를 밝혔으나 학생들은 농성을 풀지 않았다.

최 총장은 그간 올해 3월 코어 사업, 프라임 사업에 이어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까지 따내며 나름대로 학교발전을 위한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방통행적 태도로 일관해 구성원들의 이미 신뢰를 잃었고, 학내 문제에 경찰력 투입까지 요청한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간 농성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와중에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승마특기생으로 대학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손현경 기자>
이에 최 총장은 이달 17일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특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명은 학내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급기야 교수들도 188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최 총장을 압박했다. 

교수들의 집회는 19일 오후 3시30분 열릴 예정이었다. 약 1시간30분 전인 오후 2시께, 최 총장은 보도자료를 내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 총장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시작된 이번 학내 사태로 인해 구성원들이 더는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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