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총장 "불법집회 멈추고 복귀" 학생회 "학생집회 직접 와서 소통하라"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캠퍼스 확장에 반대하며 대학 행정관을 점거한 서울대 학생들과 성낙인 총장이 장외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성낙인 총장은 19일 ‘사랑하는 서울대 가족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서울대 학생들에게 보내 행정관 점거는 불법이라며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았으나 SNS 등을 통해 신뢰를 먼저 깨뜨린 것은 성낙인 총장이라며 말로만 소통을 외치지 말고 학생집회에 직접 모습을 비추고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대 총학생회 등 학생들은 서울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시흥캠퍼스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대학본부 행정관을 10일째 점거하고 있다. 성낙인 총장과 총학생회는 12일 사태 해결을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으나 입장차만 확인하고 소득없이 끝났다.

성낙인 총장은 19일 “올해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학생들이 행정관을 점거하고 개교기념식 행사에 난입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해 총장으로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을 2007년부터 진행해 왔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에서 합의를 이루며 효율적으로 사업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배전의 노력이 필요함을 이번 사태를 통해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성을 대표하는 우리이기에 이견과 갈등을 대화를 통해 지성적으로 해결하라는 요청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대가 이익단체에서 나타나는 행동양식에 머무를 수 없는 이유이며, 대화의 모범을 보여 타협이 고갈돼 가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성낙인 총장은 학생들의 행정관 점거는 불법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성낙인 총장은 “어느 때보다 서울대의 소임이 중한 시기에 행정관이 불법적으로 점거되는 혼란을 겪고 있으니 착잡하다. 공동체가 지적인 탐구와 지성적인 대화의 본연의 소임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구성원들도 이런 노력에 동참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신뢰를 먼저 깨뜨린 것이 누구냐”며 “목소리를 들어주겠거니 하고 천막에서, 길거리에서 외쳐왔다. 그때 한푼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나?”고 지적했다.

이어 “또다시 불법카드를 꺼내들었다. 행정관 점거는 불법이고 행정관 앞 잔디마당을 ‘본부스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의 연장이므로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잔디마당의 이름은 ‘학생잔디’다. 학생의 이름이 붙은 잔디에서 모이는 게 왜 불법인가?”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또 “오는 28일~29일 학생잔디로 오시라. 우리는 불통을 겪고서 고작 이런 훈계의 문자를 듣고자 대학을 다니는 게 아니다.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으니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학생잔디를 학생들에게 돌려달라고 맞섰다.

한편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서울대가 시흥시와 손잡고 설립을 추진하는 제2캠퍼스다. 사업액만 1조 8000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사업이다. 이 캠퍼스는 시흥시 배곶신도시 일대에 조성될 예정으로 서울대와 시흥시는 당초 2013년 한라건설을 시흥캠퍼스 조성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서울대 구성원들은 시흥캠퍼스는 서울대라는 평판을 활용한 수익사업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