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강원대, 지역 학교 유휴공간 활용하기 위해 분주

과욕·출구 없는 전략,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 나타내기도

[한국대학신문 최상혁 기자] 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로 폐교위기에 처한 초·중·고등학교의 빈 교실 활용법을 모색하고 있다.

수년간 학생 수가 줄면서 초·중·고등학교의 학급 폐쇄나 학교 폐교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많은 학생으로 북적이던 초·중·고등학교에 빈 교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학령인구(6세~19세)는 △2012년 738만5000명 △2013년 718만7000명 △2014년 698만6000명 △2015년 682만명 △2016년 663만6000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이처럼 빈 교실이 늘면서 인근 대학들이 이 곳에 대학관련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등 교육부·지방자치단체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서울시립대와 강원대다. 서울시립대는 인근 중학교인 전농중과 전일중을 주목하고 있다. 두 학교는 과거 한 때 각각 전교생 750명이 다니는 학교였지만 현재는 두 곳 모두 200명도 채 안 돼 통합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두 학교가 통합될 경우 한 학교 부지에 창업지원센터와 대학 연구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학 산학협력단이 직접 부지를 관리해 신규 입주 기업을 유치하고 재학생에게 창업 보육 공간을 제공해 대학 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대신 지역과 학교 측에는 초·중·고 자유학기제 강의실과 전공별 진로체험관, 과학실험실 등을 함께 조성해 제공할 방침이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학생 수 감소는 심각한 문제다. 대학은 이를 방관할 게 아니라 역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교육부와 지자체, 지역주민들과 논의해 계획이 완성된다면 대학교와 지역 모두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새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대는 지역 내 고등학교를 재학생을 위한 강의실로 개편할 계획을 세웠다. 강원대 도계캠퍼스가 도심과 거리가 멀어 재학생들이 교통의 불편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원대는 지역 내 고등학교인 도계전산정보고로 눈을 돌렸다.

도계전산정보고는 2013년 전교생이 100명 수준이었고 최근에는 67명까지 줄어 인근 도계고와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강원대는 두 학교가 통합될 경우 도계전산정보고 공간을 강의실과 기숙사로 개편해 강원대 도계캠퍼스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학생을 도계시내에 정주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영 강원대 도계운영지원과장은 “재학생들이 겪는 교통 불편은 대학의 오랜 고민이었다”며 “아직 시작단계지만 향후 도계전산정보고를 강의실로 활용할 수 있다면 재학생의 편의 증진과 더불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작 단계인 만큼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두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 통합 과정에서 생길 업무 과중에 대한 교육부 반감’ ‘부지 매입 예산 마련’ 등 다양한 현안을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윤희 총장은 “두 학교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 교육청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아무래도 중학교 관련 업무는 교육부 소임이다 보니 학교 통합 과정에서 생길 시설 및 학생 이동, 건물 리모델링 등의 업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최민영 과장은 “도계전산정보고가 도심에 있어 매입비용이 상당히 높다”며 “유휴공간이 생긴다 해도 예산상의 문제로 계획대로 쉽게 흘러갈 지는 미지수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