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인에 교수 600명 참여…회장에 조흥식 서울대 교수

▲ 20일 서울에서 열린 대학정책학회 창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연·구무서 기자] "소모적 실적 경쟁과 줄 세우기식 재정지원으로는 양질의 고등교육기관이 존립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으로 대학정책학회 창립 필요성을 절감했다."

20일 열린 대학정책학회 창립식에서 조흥식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사회복지학)은 대학이 처한 어려움 속에서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은 정부 주도의 고등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 질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대학정책학회를 창립했다. 대학정책학회에는 72개 대학이기관발기, 600여명 대학 교수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현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선제적 개혁을 명분으로 정원감축이라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교수들은 재정을 무기로 정원 조정이 필요한 목적별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을 길들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조발제를 맡은 조흥식 교수는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며 "고등교육영역을 시장화하고 대학을 기업으로 변질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흥식 교수는 대학의 자율성을 피력했다. 대학정책의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관료가 아니라 대학 자체라는 이유에서다. 조흥식 교수는 대학정책학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학정책 개발의 합리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 대학의 당사자인 국립대 교수들과 사립대 교수들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정책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흥식 교수는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검토·비판 및 방향지표 제시 △전공분야 발전과 혁신을 도모하는 학문 관련 대학정책 방안 연구 △적절한 대학법 제정을 위한 노력 등을 제시했다. 학회의 꽃인 학술·정책 기관지를 발행해 대중에게 정보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와 임재홍 방송통신대 교수(법학)가 각각 '한국의 위기와 대학개혁', '대학정책 결정구조의 전환'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강남훈 교수는 불평등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강남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불행하게 사회적인 불평등을 교육이 교정하는게 아니라 교육이 불평등을 오히려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회에 기여하는 대학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학문과 연구에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 개혁을 위해 △서열체제 해소 △공영형 사립대 전환 △교수 인력 확충 △대학 자치·자율성 보장 등을 주장했다. 강남훈 교수는 "개혁을 통해 사교육비가 감소하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고 학생이 행복한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홍 교수는 대학 스스로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학의 자치 규정은 헌법에 명시돼있으나 현실은 재정과 평가에 의해 외부로부터 자율성을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대 총장 선출은 오래전부터 대학 자율성을 정부가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임재홍 교수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역시 대학의 자율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미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학정책학회에서 많은 논의와 연구,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대학정책학회가 당면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고석규 목포대 전 총장은 대학정책학회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국립대와 사립대, 거점국립대와 지방중심국립대, 수도권대와 지역대 등 각 대학에 소속한 교수들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대학정책학회에서 공통의 의제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식 서울시립대 교수회장(전자전기컴퓨터공학)은 대학정책학회에서 논의될 대학 정책이 실제 입법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식 교수는 "우리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창립총회에서 조흥식 교수가 학회장을 맡았으며 수석부회장에는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과 김영철 국교련 상임회장이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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